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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두 번
김멜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선천적보다 후천적 동성애자가 더 많다고 들었어요. [적어도 두 번]은 태어나 의사나 부모의 판정에 의해 특정 성별로 ‘지정’되어 등록되는 세계를 통해 정체성의 이야기를 다룬다니 기대되었습니다.
'적어도 두 번'은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입니다. 유파고는 미성년자 이테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습니다. 유파고는 오히려 자신은 3살때부터 혼자하는 성적 유희를 알았다며 사람은 자기 유년에 관해서는 맹인이라고 주장해요. 유파고와 이테의 행위가 묘사되어 있어서 당황했어요.
니체란 사람은 죄책감이란 타인에게 빚을 진 마음이라 하더군요. 도덕의 계보는 양심이나 신앙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빚을 진 마음에서 나온 거라고요. P.70

스물다섯에서 스물아홉 살까지 나는 우주의 어떤 법칙을 내 힘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행복했고 충만했으며 나 자신이 아름다웠다 P.90
'물질계'에서는 부모 없이 자라 집안을 말아먹었다는 무당의 말을 들었던 시기를 지나 과학에 몸담고 만족하며 살다가 세른넷에 대박이 난다는 사주팔자를 듣습니다. 레즈비언 사주팔자라는 사람을 만나 10년간 함께 사랑하며 지내게 되구요.
한때 나는 과학의 세계를 신뢰했다. 누구에게나 일관되게 작용하는 중력과 계산 가능한 마찰력을 믿었다.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목이버섯의 말이 맞았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으며 나에겐 주사위 던지기 속 확률 구하기 정도가 어울렸다. P.99

나는 내가 이미 죽은 사람이란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는 이미 죽고 나의 찌꺼기들이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연기했다. 무엇을 연기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결말이 정해진 드라마의 단역 배우였고 내 역할은 오직 다른이의 기쁨을 위한 경쟁률의 오른쪽 숫자였다 P.176

단순히 젠더감성만 담은 것이 아니라 경쟁사회에서 겪는 실망과 좌절, 우울함도 느껴져요. 줄거리를 파악하기보다 내밀한 감정에 집중하게해요. 충격적인 요소가 있어서 여러모로 생각도 하게 합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