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평점 :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얘기를 하다 소설속에서나 나올만한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정아에 대해 말하자면]은 우리 주변의 평범해보이는 사람들에게 숨은 사연을 복수라는 테마로 묶은 내용으로 보여요. 작가의 독특한 이력만큼 도발적인 작품을 기대했습니다.
정아는 일자리를 구하다 건호와 동거하게 됩니다. 거의 부부처럼 지내던 건호가 아닌 윤구와 하룻밤 관계하고 임신해요.
나 임신했어. 목소리는 뜻밖에도 몹시 차분하게 나왔다. 건호는 숟가락을 내려놓더니 울기 시작했다. 소리 내지 않고 끅끅 잠긴 서러운 울음이었기 때문에 정아는 혹시 자기에게 있었던 일을 건호가 다 아는게 아닌가 싶었다.
건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 우리..아직은 좋은 엄마 아빠 될 준비가 안 됐지? 그러니까...어쩔 수 없겠지? P.37-38

정정은은 7년 사귄 연인이 사법고시 합격하여 결별 선언한 후 맞선으로 명문 여대 3학년생과 약혼했다는 소식을 들어요. 고집스럽게 전 연인보다 나은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맞선을 보기 시작하지만 탐탁찮은 상대에 예비시어머니는 까탈스럽습니다.
영진은 사귀던 남자가 유부남인 걸 알고 충격받구요. 첫 연애에 결혼까지 꿈꾸던 영진은 남자가 뻔뻔스럽게 "나 유부인 거 정말 몰랐어? 자기가 워낙 쿨하길래 나는 아는 줄만 알았는 데...나 페이스북에 기혼이라고 되어 있잖아. 그거 못 봤어?"
영진은 남자가 자신을 안쓰럽게 보는 눈빛에 자극받아 복싱을 시작하고 점차 자신감도 붙고 얼굴도 더 좋아집니다. 영진에게 복싱을 도와주던 재훈은 영진에게 고백하려는 분위기예요. 영진은 그의 고백을 막고 "내가 면역이 없어서요."하고 돌아섭니다.
꼭 맞아야하는 주먹은 맞되 그 이외에 쓸데없는 펀치는 전혀 맞지 않는 게 아웃파이터. 한 번은 맞아야했던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맞지 않고서는 권투란 스포츠는 성립하지 않으니까. P.102

이웃의 남자가 바람난 여자와 싸우고 여자가 임신중절한 걸 비난합니다.
"내가 한 일 중에 그나마 잘한 일이 바로 수술해버린거야! 가난뱅이는 우리로 족하지 않아?"
마지막 말이 마치 날카로운 회칼처럼 공기를 얇게 저몄다. 남자는 한 대 얻어맞은 듯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잇엇다.
소리도 내지 않고 남자는 부들부들 떨면서 울고 있었다.
김은정은 겉포장을 벗겨내고 휴지를 한 움큼 뜯어 남자의 손에 쥐어 주었다.P.135

지윤은 회사를 퇴사하고 5년 간의 애인과도 결별한 뒤 이웃집 남자가 취한 사이 그를 덮치고 그의 물건을 훔쳐나와요. 화정은 시위에 참가했다가 바바리맨을 공격하고 수연은 묻지마 살인을 당합니다.
이 책의 소설들은 80년대에 쓰여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레트로 감성에 배경은 현재예요. 너무 현실적이라 씁쓸하고 정말 있을 것 같은 내용이었어요. 뉴스에서 짧은 기사를 접할 때 문득 떠오를 듯한 이야기예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