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같은 곳에서
박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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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랑이 이유라면.


예전엔 비해 성적소수자의 주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점차 얼굴을 드러내고 정체성을 밝히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우리는 같은 곳에서]는 주목받는 신인 박선우 작가의 퀴어의 관계성을 다룬 단편집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밤의 물고기들'에서 소수자 동아리에 있던 누나가 데려온 남자와 함께 살게된 남동생은 새삼 남자가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해할 수 없었든 그와 술을 마시고 취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의 동요를 느껴요. 그는 떠났지만 여전히 그가 남긴 뭔가가 느껴집니다. 


그 밤, 그 사람과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었던 대화도 떠올리게 된다. 그가 내게 보여준 원형의 플라스틱까지. 그 안에 조그마한 불씨처럼 일렁이던 잉어의 몸짓은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사실 그건 잉어가 아니었음에도 어째서인지 내게는 잉어로 남아 있고 그렇게 새겨져버린 듯 하고 그건 돌이킬 수 없는 듯하다.P.39  


'빛과 물방울의 색'은 5년 전 연락 두절한 연인이 갑자기 나타나 겪는 일을 다뤄요. '너'는 자신의 왼쪽 가슴에 칼을 찔러 넣고 피가 나지 않는 걸 보여줍니다. 완전히는 아니고 반쯤, 그보다 훨씬 더 전에 죽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살아있다는 말을 해요. 


우거진 이파리들 사이로 잘게 부서져 내리는 빛. 그 아래에서 두 눈을 감고 있으면 네가 떠오르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조금씩 바삭해지며 너를 잃었다. 잊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다시는 너를 만나지 못하리라는 예감에 무릎이 툭 꺾일 것만 같았어.P.73


고교 동창이지만 한 번도 같은 반인적 없던 둘은 졸업 후 종로 술 번개에서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되었어요. '너'는 '나'와 헤어지고 몇 달 후 세상을 떠났습니다. 예고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너는 "장마는 이걸로 끝이야"합니다.

"이 비가 멎으면 네가 앉은 자리에서 저기 저 건널목의 무지개가 뜰 거야. 그 끝에 한 번 가봐."

"가면 뭐가 있는데."

"아무것도. 그러니까 꼭 가봐." P.94


'느리게 추는 춤'은 사랑받았지만 헤어진 후의 이야기예요. '그 가을의 열대야'는 은수가 연인과 이별한 후의 쓸쓸함을 말합니다. 몸에 이상이 생기고 상사가 자신을 괴롭히거나 성희롱하길 바라며 사직서를 내던지고 싶은 자기파괴적인 상상을 해요.   


그 얼굴 이제껏 외면해왔던 그 얼굴을 눈빛을 나는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다.

너는 갔다. 

나는 남겨졌고 그걸 이제야 알았다. 

이렇게 나이 들어가는구나. 이대로 혼자...

그러다보면 생각하게 된다.

만약에 우리가 헤어지지 않았다면 네가 여전히 내 곁에 있고 

누구보다 서로를 상처 입히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함께였다면 우리는 무엇이 되었을까.P.145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는 게이들은 대부분 젊고 매력적인 외모를 갖고 있습니다. 현실에선 주변에서 흔히 보는 평범한 아저씨의 외모가 많다고 들었어요. 누군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해도 그러려니하고 이질적이지 않게 여기는 사회분위기가 되어 성적소수자라는 말도 사라지게 될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아직 그 과정중에 있다고 봐요. 짧은 문장으로 설명되는 감정과 상황들이에요. 무미건조하게 보이지만 사랑의 상실감이 강하게 느껴져요. 주인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호해서 몇 번이나 되돌아가 다시 읽곤 하다가 결국 무슨 상관인가 싶어졌어요. 단편임에도 장편처럼 감정이 이어지는 사랑과 실연에 대한 이야기예요. 다음에는 긴 호흡의 장편도 기대하겠습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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