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소녀 1
김종일 지음 / 황금가지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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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데스티네이션과 트와일라잇의 결합.


더워지니 호러영화가 보고싶어지네요. 소원은 함부로 빌면 안된다는 '원숭이손'이야기는 짧지만 강렬하고 무서웠어요. [마녀의 소녀]는 그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온 한국형 미스터리 로맨스라니 기대되었습니다. 


"소원이 뭐야?"

짝꿍인 진희는 여자가 봐도 혹할 정도의 비주얼을 가진 소녀입니다. 졸린 수업시간 진희가 묻는 말에 문득 잘생긴 현민이 눈에 들어옵니다. 항상 검은 계통 옷을 입고 책도 이상한 공포 소설같은 걸 읽는 현민과 자주 눈이 마주쳤지만 상관하지 않고 있었어요. 


'나' 안나린은 이미 동준이를 좋아하고 있었으니까요.  동준이 비오는 날 우산을 건네준 뒤로 첫사랑이 시작되었어요. 우산을 돌려주며 고맙다고 했더니 그애는 "버려. 내 거 아냐."하고 말해 당황하게 했지요. 동준에겐 이미 사귀는 오혜정까지 있는데 오혜정은 나린이 전학오던 날부터 따돌리던 애예요.


진희가 말하는 소원에는 몇 가지 제약이 있어요. 

1. 확률이 로또 1등 당첨급이거나 천재지변급이거나 전혀 관계없는 사람을 끌고오는 소원불가

2. 누굴 죽게하거나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 불가

3. 한 가지 소원에 두 가지 이상 요구불가

4. 한번 빈 소원은 취소불가

5. 소원은 3가지

6. 소원의 뒷감당은 빈 당사자의 몫


까다로운 조건이라 뭘 빌어야할지 복잡해져요.  

"내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

나린이 진희에게 속삭이고 "딱 사흘 후면 그 소원 이루어질 거야."란 답을 듣습니다.

"단 대가가 있어. 나도 책임 못 지는 대가. 그래도 해 볼래?"

"뭐 대가가 뭔진 몰라도 해 볼 만할 거 같은데?"

"좋아. 그럼 계약한 거다?"

진희가 뭔가를 교복 주머니에 집어넣고 "네 소원을 이루어 줄 지니."하고 말합니다. 그런 뒤 현민이와서 진희와 너무 친하게 지내면 안 될 거 같다고 해요. 


헝겁 주머니를 내려다보니 점점 두려워졌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진희의 큰 그림대로 흘러가는 드라마인지도 모른다는 말도 안 되는 의심이 들었다.p.34


주머니에서 꺼낸 이상한 인형, 부적과 피까지 쓰이는 이상한 행동을 시키는 진희에게 나린은 그대로 따르고맙니다. 

"사랑이 이루어진다. 사랑이 이루어진다. 사랑이 이루어진다."


어떻게보면 분신사바처럼 재미삼아 하지만 좀 꺼림칙해서 피하게되는 그런 것과 비슷해요. 나린은 진희가 말한 대로 소원이 이뤄질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실제로 동준이 사귀자고 하기전까지는.


동준이 사귀자고 한 뒤로 나린은 무서운 일을 겪습니다. 화장실 문틈새로 들여다보는 충혈된 눈동자, 오혜정이 스토킹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혜정이 화재로 죽어요.   

그애야말로 내게 누명을 씌웠다. 죽으면서까지 나를 저주할 작정이었다. 내게 남긴 말이 거짓말이듯 동준이에게 남긴 말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컸다. p. 70


죽은 혜정이 나린의 블로그에 원망글을 남기고 기사까지 올라가면서 나린의 개인정보까지 유출됩니다. 

대가는 오혜정의 죽음이 아니었다. 소원은 입을 쩍 벌린 괴물들에게 나를 산 채로 바치는 인신 공양이었다.p.80


현민이 흑기사로 나서 도와주지만 나린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목숨까지 위태로워져요.  귀신이나 괴물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낙인찍힌 후 벌어지는 마녀 사냥이 너무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어서예요. 인터넷 댓글은 아무 생각 없이 그때 기분에 따라 남기지만 그걸 읽은 당사자의 고통과 정의를 핑계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사실이니까요. 거기다 초능력 대결까지 합니다. 이 소설은 정말 무섭고 재밌어요. 빨리 영상화해주세요. 


* 이 리뷰는 출판사 자체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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