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SF... F.. C.
메리 셸리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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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존재인 괴물.


프랑켄슈타인은 영화로 많이 봤어요. 죽은 사람이 되살아난다는 설정은 많지만 가능성있어 보이는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한 건 프랑켄슈타인이 처음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고 인간의 세계에 속하지 못하는 것에 분노를 느끼는 복잡한 성격이 현대적이구요. 프랑켄슈타인의 창조자가 여성이었고 불과 18세에 쓴 작품이라니 200년 앞서간 천재성을 원작 소설로 만난다니 기대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탄생은 정말 우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천재시인 바이런의 이웃에 살게된 메리 셸리가 작가들과 모여 유령 이야기를 만들기로 합니다. 셸리는 고심끝에 악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여 프랑켄슈타인을 창조해냈고 친구들은 그 이야기를 길게 써보라고 했어요. 


이 책에는 1818년 초판의 서문과 1831년 개정판의 서문이 있습니다. 개정판에서는 이야기의 탄생 상황을 더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요. 


이야기는 선장 로버트 월턴이 누나 마거릿 새빌 부인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합니다. 월턴은 개와 썰매에서 발견된 한 남자를 구하게 되는데 그가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에요. 빅토르는 자신이 누구를 쫓고 있다며 숨겨둔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빅토르의 어린시절부터 그가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하고 죽은 시신을 살려내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다 죽어 가는 한 줄기 빛에피조물이 흐릿한 노란 눈을 뜨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것은 숨을 힘겹게 몰아쉬더니 발작하듯이 팔다리를 움직였습니다. 

이 재앙을 보고 내가 느낀 감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내가 헤아릴 수 없이 노력하고 주의를 기울여 만들어 낸 그 가련한 존재를 어떻게 묘사할 수 있을까요? p.49


뜻밖에도 되살아난 시체는 윤기나는 흑색의 머리칼에 균형잡힌 팔다리를 가진 아름다운 존재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의 아름다움은 멍한 두 눈, 그 눈 구멍과 쪼글쪼글한 피부의 색, 검은 입술때문에 감소했지만요. 이런 묘사는 월턴의 시각으로 본 거대한 체구의 비율이 왜곡된 흉물스러운 존재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빅토르는 뭔가 말하려는 그에게서 달아나버립니다. 이후 빅토르의 어린 동생 윌리엄이 교살당하고 가족들은 큰 충격과 상심에 빠져요. 빅토르는 자신의 괴물이 저지른 일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지만 무고한 유스틴이 잡혀 억지 자백을 하고 사형당합니다.


빅토르는 자신의 괴물을 만나고 그에게 맹렬한 혐오와 경멸을 담은 말을 쏟아부어요. 악마라고 불린 그가 말합니다.

"모든 인간은 버림받은 자를 증오하지 그런데 그 어떤 생물보다 더 비참한 내가 어째서 미움받아야 하는가! 나를 창조한 당신도 피조물인 나를, 우리 둘 중 하나가 죽어야만 끊어지는 관계로 당신과 묶인 나를, 증오하고 경멸하지. 생명을 어떻게 그렇게 가볍게 다루지? 당신의 의무를 내게 다하면 나도 당신과 나머지 인간들에게 내 의무를 다하겠다. 거부한다면 당신의 남은 친구들의 피로 만족할 때까지 죽음에 굶주린 위를 채우겠다."p.139


괴물은 상당히 지적이고 철학적입니다. 빅토르는 그를 부정하고 증오해요. 그러면서도 괴물에 대해 알려고 합니다. 빅토르가 달아난 후 그는 혼자 깨어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해요. 그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동경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자각하고 나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집니다. 눈먼 노인의 가족을 지켜보다 마침내 용기내어 다가가 친구가 되어달라하지만 그 가족들은 그를 보고 경악해 달려들고 그는 달아났어요. 


그는 빅토르의 동생을 죽인 것을 말하고 빅토르에게 여자를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당신은 내게 여자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내 존재에 필요한 공감을 나누며 함께 살 수 있도록. 이건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당신이 거절할 수 없는 권리로 그것을 요구하는 바이다"p.199

결국 빅토르는 그에게 맹세를 시키고 여자를 만들어주기로 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빅토르는 변심해 만들지 않기로 해요. 괴물이 빅토르에게 "네 결혼식 밤에 내가 할께할 것이다"라는 무서운 말을 남깁니다.  


괴물은 이름이 없고 한 번도 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합니다. 이 소설의 제목 '프랑켄슈타인'은 빅토르의 성이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이름이기도 하지요.   


소설을 읽으면서 괴물을 만들어 낸 빅토르의 심적 갈등과 괴로움, 피살자들에 대한 죄책감이 괴물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가벼운 기분인가를 느꼈습니다. 자신의 존재자체를 부정당하고 위선적인 창조자를 보며 한편으론 애정을 갈구하는 건 인간이 신에 대해 가지는 감정과 비슷해요. 말과 표현이 시적이어서 세월을 뛰어넘은 명작이라는 이유를 실감하게 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 자체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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