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 - 낯선 길에서 당신에게 부치는 72통의 엽서
변종모 지음 / 꼼지락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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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일상을 사랑하라.





여행은 조금 고생스러운 편이 더 기억에 남아요. 오래전 수학여행이 어른이 되어 떠난 다른 여행보다 생생한 장면도 있구요. [함부로 사랑하고 수시로 떠나다]는 정해진 코스를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단체관광보다 스스로 헤매며 다닌 여행에서 사랑과 희망을 담은 에세이로 기대되었습니다. 


비가 올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당장은 아니고 새벽이거나 그 이후쯤에 비가 올 거라고 했다. 

온다는 말에 이미 마중 나가 있는 마음은 나약하고 취약한 마음일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라도 그 무엇이라도 다가오는 모든 존재에 대한 예의라 여겼다. 

혼자라는 말로 늘 길을 닦아두고 있었다. 온다는 말을 기다리라는 뜻으로 배웠기 때문이다.p.36


사람에게는 각자가 가지고 태어난 좋은 것들이 있게 마련이라 세상이 아무리 거칠게 너를 굴리고 다녀도 너의 따뜻한 음성과 친절한 마음은 쉽게 사라지거나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수렁처럼 질척이는 시간에도 너의 가장 온순하고 귀한 마음을 꺼내는 법을 너는 알고 있다.p.62


나에게 주어진 사랑이 단 한 사람이라면 그건 내가 되어야겠다. 누구를 위해서 무엇이 되기란 온전한 내가 되기보다 어렵다는 것을 알겠다. 

이제 나는 나만 사랑하며 사는 일로 최선을 다해도 괜찮겠다는 위로를 한다.p.114


허무를 견디지 못해 자주 길을 나선 사람들아 당신이 갈 곳은 어디에 있을까? 

문득 뒤돌아보며 웃게 되거나 자주 내 마음속을 간질이는 것, 제일 많이 생각나는 따뜻함이나 소소한 행복, 그것으로 견고한 집을 짓고 살자. 허무의 넓이도 공허의 깊이도 작은 따뜻함을 이길 수는 없다.p.138


나는 오래도록 여행자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여행만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고 사는 게 아니라면 여행에서 배운 것들로 일상을 대처하는 일이 더 유용하다. 거대한 환상을 만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바람처럼 구름처럼 또는 덜덜거리는 버스 맨 뒷자리처럼 현실에 뛰어드는 일임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p.202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사진과 연관된 감상과 생각들이 있어요. 한국에서 폐차된 차들이 달리고 강아지와 키를 맞춰 노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배를 타고 낡은 버스를 타고 길을 걷고 에어컨이 고장난 숙소에 묵기도 해요. 여행지가 어떻다는 평가보다 그곳에 머물며 자신의 안에서 찾아낸 것들에 집중합니다. 


혼자 여행하며 외로움을 느끼는 걸 솔직히 말해요. 마음을 털어내기위해 걷습니다. 길 위의 말들이 그대에게 보내는 안부, 투정, 협박이라고 표현합니다. 계속해서 사랑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니 마치 실연 여행처럼 보이기도 해요. 길 위의 말들이 그대에게 보내는 안부, 투정, 협박이라고 표현하구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녀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방랑자의 운명같습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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