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게네프의 햄릿과 돈키호테 교양 고전 Pick 1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임경민 옮김 / 지식여행 / 202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햄릿과 돈키호테의 불멸에 대하여. 

햄릿은 우유부단함을, 돈키호테는 생각없이 무모한 행동을 대표한다고 생각해요. 『투르게네프의 햄릿과 돈키호테』에서는 러시아의 문호 투르게네프가 햄릿과 돈키호테을 비교하며 인간 본성과 인생의 매커니즘을 들여다본다니 기대되었습니다.


작가가 다른 작가에 대해 평전을 쓴다는 건 상당히 드문일입니다. 투르게네프처럼 뛰어난 작가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작품을 비교했다는 자체로도 관심을 불러일으켜요.


셰익스피어는 16세기의 사람인데 그의 삶은 의문투성이라고 합니다. 그의 초상화, 무덤 속 주검도 그의 것이 아니라고 해요. 엘리자베스 여왕이 연극을 좋아하여 당시 사회상황을 선구자적으로 재현하여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벤자민 존슨은 셰익스피어는 어느 한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사람이라고 찬양했어요. 토머스 칼라일은 언젠가 인도제국을 잃게 되겠지만 셰익스피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햄릿은 권력을 향한 인간의 탐욕, 위선, 사악함, 그로 인한 햄릿의 인간적 고통과 고뇌를 다룬 비극입니다. 괴테는 그를 훌륭하고 숭고한 가장 도덕적인 인간이지만 영웅적인 기력이 부족하여 스스로 짊어지지도 못하고 던져버리지도 못하는 무거운 짐을 진 채 거꾸러진 인간이다라고 평했습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잔인한 운명의 화살을 맞고도 죽은 듯 참아야 하는가

아니면 성난 파도처럼 밀려오는 재앙에 맞서 싸워야 하는가 p.16


세르반테스는 군에 입대하여 전투에도 참전하였고 부상으로 왼손을 평생 쓸 수 없었습니다. 고향에 돌아와 궁핍하게 지냈고 세금 징수관으로 일하다 세금 배달 사고로 징역형을 받았어요. 돈케호테 1권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생활고로 출판업자에게 저작권을 넘겼습니다. 2권을 낸 후에는 수종증의 악화로 세상을 뜨고 말았습니다.  


세르반테스는 스페인이 신대륙 진출로 열강대열에 합류한 시기에 성장했고 스페인 무적함대가 영국에 패배한 뒤 몰락할 시기에 사망했습니다. 돈키호테와 그의 조수 산초 판사는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영웅적 가상 세계와 환멸의 현실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모든 소설가는 어떤 형식으로든 모두 세르반테스의 자손들이다 - 밀란 쿤데라 p.25


돈키호테의 분량이 상당하여 스페인에서도 끝까지 읽은 사람은 10명에 2명 정도라고 해요. 

그 용기가 하늘을 찌른 강인한 이달고 이곳에 잠드노라

죽음이 죽음으로도 그의 목숨을 이기지 못했음을 깨닫노라

그는 온 세상을 하찮게 여겼으니 세상은 그가 무서워 떨었노라

그런 시절 그의 운명은 그가 미쳐 살다가 정신 들어 죽었음을 보증하노라 - 돈키호테의 묘비명 

p.32


햄릿과 돈키호테는 신기하게도 같은 1605년에 출간되었습니다. 햄릿은 부유한 왕자에 매력적인 외모이고 돈키호테는 초라한 차림에 뭔가 홀린 듯한 나이든 사람입니다. 햄릿은 분석과 진단과 자기중심과 그에 따른 불신을 갖고 있고 전적으로 자신을 위해 살아갑니다. 그는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자신의 자아 역시 의심에 대상에 올려요. 돈키호테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그 무언가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고 필요하다면 고통을 견디고 생명까지도 바칠 준비가 되어있는 이타적인 사람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돈키호테는 미치광이라고 조롱당하니 전혀 닮고 싶은 인물이 아니에요. 산초 판사조차 그가 정상이 아님을 압니다. 그럼에도 산초는 돈키호테를 위해 가정을 버리고 모든 고난을 견디며 죽을 때까지 헌신해요. 


돈키호테들은 무언가를 창안하고 햄릿들은 창조된 것들을 활용한다. 삶은 이 두 극단의 어느 한쪽을 향해 움직이지만 그들 중 누구도 한쪽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p.74

19세기의 투르게네프에겐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수백년 전의 사람이지만 그들의 작품이 여전히 사랑받는 사실이 부러웠을지도 모릅니다. 그의 작품도 세기를 넘어 사랑받길 바랐을테지요. 그가 애정과 존경을 담아 분석한 햄릿과 돈키호테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 자체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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