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캔두! 김칠두! - 시니어 모델 김칠두의 마이웨이 스토리
김칠두.이헌건 지음 / 은빛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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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들은 마지막 허물을 벗은 뒤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변태를 하지 않으면 벌레로만 살다 죽는다. 

광고에서 수염과 긴 백발이 인상적인 할아버지를 봤는데 그분이 바로 [아이캔두! 김칠두!]님이시군요. 젊어서 꿈꾸던 모델을 나이들어 이루셨다니 대단합니다. 파란만장 김칠두님의 인생이야기가 기대되었어요.


벌레와 변태의 이야기는 김칠두님이 환갑을 넘기고 런웨이에 처음 선 후, 누군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라고 합니다. 지난 30년의 세월을 보상받는 듯 숨가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다고 해요. 꿈을 접고 심지어 생활조차 어려웠던 시절에 "야, 너두 할 수 있어"라는 말이 큰 힘이 되었답니다.


7살에 가수 데뷔한 트롯 신동, 9남매의 막내, 초등학교 졸업 후 서울 상경, 하루 6시간의 통학, 성매매촌에 속아 들어가 큰일날 뻔한 일 등 어려서부터 파란만장하셨어요. 


큰누나가 운영하는 스지 의상실에서 일을 시작하고 디자인 공부를 하고 모델과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갑니다. 1977년 처음으로 모델선발대회에 출전했습니다. 당시 모델계는 모델학원에 다녀야하고 라인을 잘 선택해야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해요. 오른쪽 검지가 펴지지 않고 깡마른 체격인 것도 단점이 되어 쓴잔을 마셨습니다. P.78


채소, 꽃, 웨이터 등 이직을 이어가다 니트 공장에서 일하는 아내를 처음 만났습니다. 공장에서 거의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고 있던 중 수수하고 담백한 모습에 끌려 연인이 되었고 임신을 알게된 후 결혼을 하게 됩니다. 장모, 장인을 처음 만나는 자리에 흰 재킷, 백바지, 백구두의 올백 차림이었답니다.P.94


사글세 보증금을 빼서 포니 자동차를 살 정도로 철없다가 아이의 분유값이 없어 가게를 전전한 이후 정신을 차렸다고 해요. 구멍가게를 차리고 선주문을 받고 물건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차츰 돈을 모아 슈퍼마켓으로 키웠습니다. 슈퍼가 안정적이 된 후 모두 처분하고 옷가게를 열지만 무일푼으로 정리했어요.


김칠두님의 인생은 안정과 불안정의 연속입니다. 좀 살만한가 싶다가 스스로 던져버리고 위태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길 반복해서 함께 견뎌준 가족이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들어요. 역마살이 낀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제대로입니다. 


장터 순댓국은 순대를 팔지 않고 고기는 삶아서 b급 채소를 썰어서 공급받았어요. 덕분에 식당을 운영하는 일거리가 줄어들었고 공급자는 제값 받으니 윈윈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털보 토종 왕순대촌이라는 브랜드로 바꿔 대박났어요. 순대 공급에 차질을 받게되자 직접 순대를 만들어 브랜드 체인점으로 확장했구요. 뷔페, 복집까지 열며 승승장구하다 정치 스캔들에 이름이 오르내린 이유로 큰 손해를 봤습니다.   


평택에서 마지막 불꽃까지 활활 태우다 스러진 뒤 서울로 올라오기 전, 린이는 내게 프로필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찍어둔 사진 덕분에 좋은 일을 만났다. 시니어 모델 데뷔였다 P.194


위기에 처할 때 큰 변곡점을 만든 계기가 된 딸 린의 조언으로 마침내 김칠두님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모델학원에 120만원을 내야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잘하면 모델 활동도 보장해 준다는 문구에 혹했던 게 좋은 결과로 돌아왔어요. 김칠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할 정도로 시니어 모델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고 나이 지긋한 분들이 시니어 모델에 도전하는 트렌드도 생겼구요. 


오뚝이로 살아온 김칠두님이 말하는 인생, 패션,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의기소침했던 생활에 용기를 주네요. 늦었다고 생각해서 시도조차 못하는 건 스스로 정해놓은 한계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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