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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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비일상이 뒤섞인 특이한 소설.


택배기사는 많은 곳을 다니고 기대와 기쁨을 전해주죠. 전직 아이돌이 택배기사로 활동하는 걸 보고 열심히 사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침입자들]에서 택배기사인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걸로 보여요. 일상을 뒤트는 한국형 하드보일드라니 기대되었습니다. 

나의 일상은 사막이다. 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나'는 서울에 처음 와서 숙소를 제공한다는 택배일을 시작합니다. 매일 같은 벤치에 앉아 있는 삭발에 가까운 스포츠머리의 여자는 담배를 빌립니다. 한 갑이 채워지면 말하라더니 그때가 되자 두 갑째가 되면 말하라고 해요. 담배 한 보루로 갚으면서 언제든 빌려달라합니다. 여자는 자신이 우울증이라며 말을 꺼내요. 우울증이면 접시물에 얼굴을 박고 죽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이 말은 해두는 게 좋겠군요."

여자가 반쯤 열려있는 창문을 오른쪽 검지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전 당신을 죽이려고 했어요"

역시 '카푸치노 한 잔이요'라고 주문할 때 쓰는 말투였다.P.38


다른 택배기사들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택배기사들은 이름보다 배송하는 동네의 이름으로 불릴때가 많습니다. 주인공은 행운동이라고 불려요. 주인공은 그들을 바나나형님에 이어 말이 많은 코알라, 마이클이라고 별명을 붙였어요. 볼일본 후 꼭 손을 씻으라는 마이클이 양아치들에게 구타당하는 걸 보고 끼어듭니다. 뭔가 과거가 약간 들춰지는 듯해요. 


택배일의 어려움에 대해 자세히 다뤄요. 새벽에 나가 박스를 차에 쌓는 일부터 배송이 끝나면 밤 10시, 11시에 가끔 무리한 부탁을 하거나 무례한 사람들에게 수모를 겪기도 합니다. 비오는 날에는 박스가 젖어 특히 더  어렵구요. 


육체노동의 장점이 있다면 적어도 퇴근 후에 집까지 일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서비스란 개념이 도입되면서 이마저도 사라졌다. 감정노동이 추가된 것이다.

그 감정의 쓰레기통이 내가 될 이유도 없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받아쳐야 한다면 받아쳐야 한다.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면 나라도 살아남아야 하니까. p.81


주인공은 경제철학을 가르쳐주겠다는 노인의 강의를 듣고 자신을 죽이려했다던 여자 춘자는 그가 죽은 남편과 닮았다고 합니다.  

끼니를 걱정해야 하면 빈곤, 끼니는 해결되면 가난이겠죠.

가난은 그런대로 견딜 수 있어요. 하지만 빈곤이 되면 죽음이라는 공포와 싸워야 해요.P. 186


주인공은 소설과 철학을 많이 읽고 자주 생각하고 말합니다. 처음엔 주변의 생활을 다룬 일상인가 했는데 나중엔 그가 이상한 일에 얽혀들어요. 이후부터 스릴러로 전환합니다. 평범치 않은 그의 과거는 끝까지 분위기만 남기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습니다. 캐릭터들의 묘사가 강해서 어떤 시리즈의 1권인 듯한 기분이 들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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