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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이기는 법
퀸투스 툴리우스 키케로 지음, 필립 프리먼 그림, 이혜경 옮김, 매일경제 정치부 해제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한국 정치는 2500년 전 로마보다 못한 것일까.

우리나라의 선거는 정책의 내용보다 후보의 이미지에 따라 투표하는 인기투표가 되어버렸습니다. '모든 나라는 그 나라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는 말이 인터넷에서 떠돌더군요. 정확히 누가 한 말인지 모르지만 정말 무서운 말입니다. 『선거에서 이기는 법』에서 현혹되지 않고 그나마 차악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길 기대했습니다.
로마인들은 1인 1표라는 민주주의 이념이 우민정치를 가져올 거라며 비웃었습니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가인 마르쿠스 키케로의 동생 퀸투스는 집정관 후보로 나선 형에게 추잡하고 부도적해 보이는 일이 어떻게 선거운동을 승리로 이끄는 지 말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 책에는 바로 그 편지에서 말하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58가지 전략이 영문과 한글로 번역되어 담겨있어요.
특권 계급의 인사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들에게 당신이 전통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대중에 영합하는 사람으로 비쳐서는 안 됩니다. p.33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으로 당신을 선택하고 지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들에게 당신이 앞으로도 우호적으로 대하기를 바란다면 그들이 진 정치적 빚을 이번 기회에 갚아야한다고 말해주십시오.p.75

유권자들은 당신주위에 어떤 사람이 얼마나 몰려드는지로 당신의 됨됨이를 판단할 것입니다. 추종자는 세 부류가 있습니다. 인사하기위해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 광장까지 동행하는 사람, 당신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당신을 따르는 사람입니다.p.117

추종자의 타입에 따라 어떻게 대해야할지도 설명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내용보다 형식입니다. 사람들은 솔직한 거절보다 우아한 거짓말을 듣고 싶어합니다. p.143

때문에 거절할 바에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라는 말이 섬뜩하면서도 납득됩니다. 상황은 수시로 변하니 지키지 못한 약속은 잊혀지고 분노도 희미해질거라니 대중의 심리에 대해 잘 알고 있네요. p.145

퀸투스는 형에게 라이벌들의 장단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형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습니다. 신분에서 열세인 형에게 승리에 대한 격려도 꼭 하구요.
고대 로마는 왕정시대였지만 전제정치의 폐해와 정치 경제적 쇠퇴로 무너지고 공화정 체제가 되어 번성했습니다. 공화정은 귀족과 인민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지도 체제입니다. 집정관과 원로원, 민회라는 3가지 정치기구로 상호견제와 균형을 이뤘어요. 소수집단에 의한 독점적 정치권은 시민의 범위를 확대하는 공간을 만들어 보정했습니다.
선거에서 마르쿠스는 집정관으로 당선되었어요. 형제는 공화정의 주요 인물이 되었지만 공화정이 무너지고 로마제국이 들어서자 살해당습니다. 정치적 균형이 붕괴된 공화정의 몰락으로 로마도 멸망했다니 시사하는 바가 많아요. 현대에도 잘 들어맞는 교훈들이 담긴 내용이에요.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