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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사과의 마음 - 테마소설 멜랑콜리 ㅣ 다산책방 테마소설
최민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월
평점 :
솔직히 인정하기로 하자. 우리는 무엇이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모른다.- 앤드류 솔로몬

문학상을 수상한다는 건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은 소수정예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 문학계를 이끌어갈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먼저 알아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제목과 같은 <보라색 사과의 마음>에서는 여동생 은주를 교통사고로 잃은 주인공이 나옵니다. 사고 가해자는 여자친구의 결별선언에 차로 그녀를 치려다 핸들을 돌리는 바람에 은주를 치고 말았어요. 민사소송을 포기하고 은주의 죽음 후에 눈물을 흘린 적 없이 살아갑니다.
잘 익은 사과는 보라색, 덜 익은 사과는 회색. 그 사람에게는 보라가 빨강이었고 회색이 초록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다. 누구도 그 사람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p.27-28

알폰시나와 바다에서는 자살 계획을 말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나옵니다. 여행을 떠나면서도 설렘보다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요. 알폰시나는 아르헨티나 시인으로 암 투병을 하다 바다에 들어가 자살했다고 합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빗방울.
꽃잎.
낙엽.
눈송이.
그리고, 사람.
85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몇 초 동안 그가 내지른 소리가 귓속을 길게 할퀴고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하얗게 내려앉으며 휘청거리지만 동시에 삶을 꽉 붙잡게 된다는 거야. p.84
저자는 실제로 지인을 슬프게 보내고 혼자 아파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그 손을 잡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말없이 그의 곁에 서서 그의 손을 잡을 거야. j를 붙잡듯 나의 생을 붙잡듯. 아주 세게. 절대 놓치지 않게.p.87

그 외에도 축구교실 야유회에서 아이를 잃어버린 후 기억에 이상이 생기고 환각에 시달리는 아내, 자기혐오 남자, 재해로 사망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 등이 담겨있어요.
<당신을 가늠하는 일>에서 수영모에 생긴 구멍으로 시작된 생각들이 해운이라는 사람에 대한 인상으로 전이됩니다. 해운에 대해 느끼는 점이 어쩌면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공통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어딘가 공허한, 무언가에 사무치게 소속되고 싶어 하는 고독감이 그의 눈동자에 자리 잡고 있는 것만 같다고 미듬은 생각했다. p. 187
붙잡아줄 사람이 있었다면 나았을까하고 안타까워지는 자살이 있었어요. 평범하게 내일을 얘기하고 약속까지 했는데 갑자기 세상을 등진 이유가 뭔지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하고요. 그들을 세상에 붙들어놓을 이유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요. 작가들의 탄탄한 문체가 공통된 주제를 다르게 다룬점이 흥미있는 소설집이에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