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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도 죽지도 않았다 - 파란만장, 근대 여성의 삶을 바꾼 공간
김소연 지음 / 효형출판 / 2019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과거로 갈수록 여성차별은 더 심했다고 합니다. 여의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대에 의술을 전한 이국의 여의사 로제타 셔우드 홀과 한국의 박에스더, 교육을 전파한 메리 스크랜턴 등 잊혀지고 알려지지 않았던 선각자들의 이야기라니 기대되었습니다.
메리 스크랜턴이 설립한 이화학당에 가난때문에 딸을 맡긴 여인이 며칠후 딸을 찾으러 왔습니다. 서양 도깨비에게 넘겨 죽게한다는 주위 비난때문이었어요. 스크랜턴은 서약서를 쓰고 꽃님이에게 사람대접을 받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1882년 조미 수호 통상 조약이 체결되고 미국 개신교 선교회에서 조선에 간접적인 선교를 위한 교육을 허가받고 선교사를 파견합니다. 스크랜턴은 여성을 위한 교육을 시작했지만 상류층 여성은 집 밖에 나오지 않고 기생, 첩, 가난한 집 딸 등 어려운 여성들이 서양식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공부할 사람은 바로 나요. 나는 영어를 배워 왕비의 통역관이 되고 싶소.
근 1년을 기다려온 첫 번째 학생은 어느 관리의 첩이었다. 복음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 아니지 않은가. 스크랜턴은 그렇게 김씨 부인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단 한 명의 학생을 데리고 최초의 수업을 했던 5월 31일은 훗날 그 여학교의 개교기념일이 되었다.p.26

로제타 셔우드 홀은 여성의사가 없어 진료조차 받지못하는 나라가 있다는 말을 듣고 의사가 된 후 조선에 왔습니다. 그녀의 통역을 맡고 의학 교육을 받은 소녀가 에스더입니다. 조혼풍습때문에 에스더는 열일곱에 스물여섯의 박여선과 결혼했어요.
로제타의 남편은 평양에서 제물포로 가던 배에서 티푸스에 감염되어, 유복자로 낳은 딸도 평양에서 이질로 사망합니다. 에스더는 로제타를 따라 미국에서 의학공부를 하고 박여선은 미국에서 아내의 뒷바라지를 하다 폐결핵으로 세상을 뜹니다. 두 여인의 슬픔이 담긴 노력끝에 로제타가 바랐던 한국 최초의 여성 전용 병원 보구여관과 간호원 양성소가 설립됩니다. p.68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최상의 삶은 현모양처였다. 최은희는 여성에게 집 밖의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조선여자청년회와 공동 주최로 부인 견학단을 모집했다.p.127

최은희 기자는 변장까지 하며 사람들의 삶을 직접 취재하고 대홍수가 났을 때는 부인 구호반을 조직해 돕기도 했습니다. 그녀에게 기자는 밥벌이가 아니라 청춘의 열정을 송두리째 바친 사업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편적인 이야기들이지만 사회적 배경을 잘 설명해서 이해가 쉽고 문장력도 뛰어나 읽는 재미도 있어요. 과거 여성들의 삶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차별과 멸시로 힘들었다는 걸 알게되었어요.
편견과 싸우며 의사, 간호원, 기자, 미용사, 여공 등으로 일한 당시 여성들의 삶을 담겨있어요. 먼 이국에서 온 로제타는 가족까지 희생하였고 그 아들도 한국에서 대를 이어 의술을 펼쳤습니다. 힘들게 견뎌온 여성들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아니라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들이 후세의 여인들을 위해 어렵게 길을 열어주어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