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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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법도 법이다'라고 한 이유.


 독약을 거부하지 않고 죽음을 맞았다는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수제자인 플라톤이 기록으로 남겨 현세까지 이어진다니 인류에겐 감사한 일입니다. 서양철학의 뿌리가 되어온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사상을 네 권의 책의 그리스어 원전을 완역하여 한 권으로 엮어냈다니 기대되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위로 하늘에 있는 것과 아래로 땅 아래에 있는 것을 탐구하고 신들을 믿지 않으며 궤변을 정설로 둔갑시킨다는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배심원 중에는 희극'구름'의 작가인 아리스토파네스도 있습니다. 자신이 자란 곳의 방언과 말투로 법정에선 마치 외국인의 말처럼 들릴테지만 진실을 들어달라고 호소합니다. 그를 고발한 멜레토스와의 논쟁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을 비판하고 고발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생길 것입니다. 이제 그들은 나이가 젊기 때문에 더 가혹하게 비판할 것이고 여러분은 더 분노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을 비판하는 자들을 사형에 처해서 자기 삶이 올바르지 않다고 누군가 비판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면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입니다.    p.55


소크라테스는 과거의 영웅들을 만나게 된다면 기꺼이 죽고싶다고 합니다. 부당한 판결을 받고 죽은 옛 사람들을 만나 서로 겪은 일을 비교해본다면 저승에서 사는 것도 놀라운 일일 거라고 하죠.


이제는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나는 죽기 위해 떠나고 여러분은 살기 위해 떠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중에서 어느쪽이 더 나은 곳을 향해 가고 있는지는 오직 신 외에는 아무도 모릅니다. p.59


소크라테스가 고발된 후 절친인 크리톤이 찾아와 탈옥을 권유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불의를 당했다고 불의로 갚아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합니다. 국가의 법과 국가 전체를 파괴하는 셈이 된다는 거죠. 


법정에서 내려진 판결이 개개인에 의해 무효화되고 무력화되어서 아무런 효력도 미치지 못하는 그런 나라가 무너지지 않고 계속 존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p.77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생애 마지막 순간 소크라테스와 그의 친구, 추종자들이 모여 나누는 '영혼 불멸'의 대화내용입니다. 


몸의 욕망을 떨쳐내지 못해 그것이 남아있는 영혼은 몸과 자기 눈에 보이는 곳에 연연해하며 떠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배회하면서 격렬히 저항하고 많은 고초를 겪은 후에야 자신에게 배정된 수호신에게 강제로 이끌려서 가까스로 이승을 떠나게 되지.p.194


향연은 아가톤이 비극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하여 열었던 연회에서 소크라테스와 추종자들이 에로스에 대해 토론한 내용입니다. 파우사니아스는 당시 만연하던 동성애를 지지하는 입장으로 그에 대해 솔직한 말을 합니다.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어요.  


결과를 알 수 없는 일에 많은 열정을 쏟아부어 낭비하는 일이 없게 하려면 아주 어린 소년들을 연애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반드시 있어야 하네. 소년의 영혼이나 몸이 결국 악하게 사용될지 아니면 훌륭하게 사용될지 그 결과가 어느 쪽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지. p.236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고 길게 말하는 고대 사람들의 논리력에 감탄이 나옵니다. 죽음을 앞두고도 스스로 변론을 펼쳐 적대적인 사람들을 설득하려 노력한 소크라테스의 자신감도 대단하구요. 


탈옥이나 추방당하여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국가 시스템의 원칙을 존중하기위해 죽음을 선택한 점이 이해도 됩니다. 현대의 사람들이 과연 고대의 사람들보다 더 현명한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하는 명저입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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