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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
권미선 지음 / 허밍버드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에겐 무엇이 있어 우리가 어둠이 되지 않게 할까.

낡은 신발 같은 하루
무겁고 추레하고 안쓰러운 하루를 끝내고 돌아올 때
우리는 어둠을 데려온다.
상처 준 사람은 밖에 있는데
왜 나는 그 상처를 끌고 들어와서 내게 상처를 주고
다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가
어둠을 집 안으로 데려가지 않을 것이다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다.
내 나머지 하루마저 가져가게 두지 않을 것이다.
밖에서 어떤 하루를 보냈던 바깥은 바깥의 세상에 두고
나는 이 안에서 좋아하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내게서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을
내가 어둠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을
p.16-18

상처받은 모습에 걱정하는 사람들. 친구들은 곁에 찾아와 참아주고 견디도록 도와주지만 그녀들에게 의지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힘들 때 누군가 옆에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나는 기다리지 않기록 한다.
혼자일 때도 괜찮은 사람이 되기로 한다.p.28-29

나는 너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라고 단단한 바위 위에 쓴다. 잊지 않기 위해서. 내가 새겨넣은 그 말은 단 하루도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제 나는 안다.
너를 미워하는 건 너를 내 마음에 새겨두는 일. 나는 너를 지워버리고 싶었는데 내 안에 가둬 두고 있었다.
미워하는 것으로 너를 내 마음에 담아 두고 싶지 않다.
내 마음 구석 자리 하나도 너에게 내어주고 싶지 않다.
내가 있을 자리를 만들고 싶지 않다.
너는 미움받을 자격이 없다.120-121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크기가 다르고 감당할 수 있는 마음의 크기가 다르다. 당신도 이제 지나고 나니 괜찮다고 생각할 뿐 그때는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을 것이다.p.127

보고 싶다
문자가 온다. 너의 이름이 적혀 있는 문자.
나는 너에게 꽤나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 너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망설인다. 이제는 좀 괜찮아진 걸까.
나는 내가 힘이 되었으면 했다.
네가 다시 시작할 수 있기를 어둠 속에서 빠져나오기를
하지만 나의 위로는 언제나 의미 없는 메아리가 될 뿐이었다.p.152-153
에세이라기보다 시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이야기가 담긴 문장들이 짧지만 가슴을 파고들어요. 주어가 없기 때문에 대상이 모호해서 상상의 여지를 많아요. 오히려 점치는 사람의 말처럼 내 상황에 맞춰 해석할 수 있어요.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픔과 상처를 느껴요. 혼자 견디고 이겨내고 잊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고 위로하고 많은 삶의 과정이 담겨 있어요.
행복 뒤에 오는 불행이 두려워 마음껏 기뻐하지도 못한 조심스러움, 끝을 알 수 없어 견딜 수 없는 막연함, 방황과 좌절의 시간.
이 책은 '다음에 계속'이라는 말처럼 완전히 결말지어지지 않은 듯한 여운을 남깁니다. 정말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이 되는 해답이 아니라 되기위한 과정이에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