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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별, 이위종 - 대한제국 외교관에서 러시아 혁명군 장교까지, 잊혀진 영웅 이위종 열사를 찾아서
이승우 지음 / 김영사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강대국들의 사이에서 왕실이 러시아에 의존하려 했던 적도 있었지요. 일본에 주권을 배앗긴 후 헤이그 특사로 갔던 이위종 열사가 러시아 혁명군 장교가 되었다니 잘 알지 못하던 역사입니다. 그의 후손의 육성과 헤이그 연설문 전문을 더해 더욱 구체적인 그의 이야기를 기대되었습니다.
대한제국 초대 러시아 공사였던 이범진의 자결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는 국권을 침탈한 적에게 복수할 방법이 없고 살아갈 희망도 없어 건강한 의지로 지극히 이성적으로 결행한다는 유서를 남깁니다. 그의 아들 이위종은 부친을 따라 미국에서 공부했고 백악관을 방문한 최초의 한국 소년이었습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생 시르 육군사관학교의 생활을 통해 조국애와 정체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500여 년 동안 성리학에 젖어 살던 조선의 민중들은 조국애에 익숙하지 않았다. 백성들은 왕에게 충성하는 것을 곧 나라 사랑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이나 편견이 없는 생 시르 육군사관학교의 교육은 위종의 의식을 일깨워주는 신선하고도 논리적인 세계였다 p.68

세상에 부자와 빈자가 있듯이 강한 나라가 있으면 약한 나라도 있습니다.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모두 먹어치우는 세상이라면 그 세상을 정의의 신이 지배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p.163

이위종은 이상설, 이준과 함께 헤이그 특사로 연단에 올라 많은 청중 앞에서 일본의 정책을 비난하고 한국의 호소를 전하는 연설을 합니다. 그의 연설은 청중의 함성과 박수를 일으켰고 한국에 대한 동정을 표시합니다. 뉴욕에 도착한 후 기자회견에서 이위종은 일본이 한국의 주권을 침탈했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는 헤이그 특사라는 이유로 일본의 암살 표적이 되고 있음에도 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의를 위해 용감하게 싸울 것이며 이곳에 온 목적 또한 불의와 싸우기 위해서입니다. p.177
한국의 주권을 빼앗긴 후 이위종의 부친 이범진이 자결하고 이위종은 소련의 붉은 군대에 들어갑니다. 그는 시베리아 지역에서 일본군과 싸웠고 '시베리아의 별'이라고 불리게 되지요. 그는 생 시르 육군사관학교 시절 친구였던 아키야마와 적으로 싸우게 됩니다. 결과는 아키야마가 이끄는 일본군의 패배로 끝납니다.
도쿄의 안락한 사무실에 모여 앉은 늙은이들이 시작한 전쟁 때문에 시베리아의 동토에서 이슬 같은 청년들이 죽어갔다. 이것이 군국주의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본질이라고 위종은 생각했다.p.291
이위종은 실종되었고 그 배후가 누구인지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의 아내였던 러시아 여인은 귀족 신분이었던 탓에 소비에트 정부가 들어선 후 혹독한 차별을 당했고 추위와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녀가 사망했을 당시 그녀의 손가락에는 38년 전 이위종이 끼워주었던 칠보가락지 한 쌍이 있었고 러시아 남자와 재혼하여 낳은 아이들에게도 모두 Li라는 이름을 물려주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자신들의 전재산을 의병들을 지원하는 데 쓰고 자결했던 이범진의 무덤은 발견되지 않아 추모비만 있다고 되어있어요. 이위종 선생은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에도 개입했고 시베리아에서 전투를 벌이는 등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그래서 그 가족의 불행이 더 가슴아픕니다
정말 많은 참고자료를 통해 오랫동안 조사하여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소설처럼 전개되어 읽는 재미도 있었어요. 한국의 지도층이 세계 정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판단하는 현실감각이 있었다면 국권상실의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선 왕족 출신으로 넓은 세계를 접하고 열린 생각과 굳은 의지를 갖고 있었던 이위종 선생의 업적과 그의 생에 대해 알게되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