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얌전하던 강아지가 집 밖에 나가니 미친듯이 흥분해 돌아다니려 하더군요. 아무리 주인이 잘 대해도 세상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것이 더
좋은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울타리 너머]는 사람과 집안에서 사는 아기 돼지 소소가 야생 멧돼지 산들이를 만나 깨닫는 우정과 자유, 용기를
이야기한다니 기대되었습니다.
소소는 안다와 함께 집안에서 지냅니다. 안다는 소소에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소소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혀요. 안다는 제멋대로 소소를
다루어 친구라기보다 소소를 부하나 장난감처럼 대하는 기분이 들어요. 어느날 안다의 사촌이 놀러옵니다. 소소는 그 기회를 틈타 집밖으로 나가게
되지요. 소소는 우연히 야생 멧돼지 산들이를 만납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뒤늦게 알았어요. 안다와 있을 때 소소는 사람처럼 두발로 걷습니다. 높은 구두를 신은 것처럼 발끝을
세우고 있어요.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입니다. 반대로 산들이는 돼지답게 네발로 걸어요. 산들이를 만날때의 소소도 네발이 됩니다. 표정도
산들이와 있을 때 훨씬 더 밝아요.

소소가 집으로 돌아오고 사촌이 돌아간 후라 안다는 다시 소소와 놀려고 합니다. 하지만 소소가 블럭으로 만든 집을 부수어 버리네요.
안다는 그리 착해보이지 않아요. 소소는 산들이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자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책의 표지가 바로 산들이를 기다리는 소소의 뒷모습입니다. 나타나지 않는 산들이에 대한 걱정과 소소의 쓸슬함이 느껴져요. 많은 내용이
담긴건 아니지만 그림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채우게 하네요. 편안하지만 자유롭지 않은 안다의 곁과 덫에 걸릴 위험이 있지만 자유로운 산들이의 곁
중에서 소소는 선택을 했어요.
앞으로 소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자유를 찾아 떠난 소소의 모습이 훨씬 행복해보여요. 케이트
그리너웨이 상의 최종 후보작이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무슨 상인지 잘 모르지만 수많은 그림책 중에서 상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소수의 작품으로
손꼽힐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