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적인 제목에 끌려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네요. 가족과 예술에 대한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는 걸로 보여요.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의 한 사람이라니 뛰어난 예술적 감수성이 기대되었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1인칭 시점, 엄마에게 쓰는 편지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마치 베트남에서 태어나 2살때 미국으로 이민왔다는 저자의
자전적 경험처럼 들려요. 조부모는 베트남전을 경험했고 할머니는 적과 동침한 반역자로 불렸습니다. 엄마는 백인혼혈로 할어버지에겐 딸 아닌 딸이
되는 셈이죠. 할아버지와 산책을 간 날,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에게 그를 "이 애는 내 손주요."라고 합니다.
제 머릿속에 들려오는 건 오직 할아버지의 목소리뿐이죠. 내 손주, 이 애는 내
손주요.p.103
'나'는 들판에서 만난 소년 트레버와 가까워집니다. 트레버는 그에게 자신의 성정체성을 자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됩니다. 둘은 성적인
접촉도 나누게 되고요.
우리가 잠시 나란히 서서 일하고 식물들이 제 앞으로 흐릿한 녹색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동안, 우리의 팔은 서로를 스쳤고 제게 머물던 그 애의 시선은 제가 알아차리면 휙 하고 멀어졌어요. 저는 보여졌어요. 그 누구에게도
좀처럼 보이지 않던 제가요. p.141

엄마에게 남자를 좋아한다고 고백하고 엄마는 드레스를 입을 거냐고 묻고 사람들이 죽일거라며 두려워합니다.
자기 자신이 아직은 '자신'이라는 걸 본다는 것은 아직 거부당해 본적이 없는
이들은 알 수 없는 하나의 피난처죠. 거울을 들여다보며 저는 제 자신을 제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미래로 복제시켜요.
p.204

진실은 기억은 우리를 잊은 적이 없다는 거죠. 넘어가는 한 장의 페이지는 짝 없이
펼쳐 드는 날개라서 날아오르지는 않죠. 그런데도 우리는 이동했어요.
p.273

제목에서 오는 느낌처럼 저자가 시인이기도 해서 문장의 표현이 뛰어나요. 여성스러울 정도로 섬세하고 감성적이기도 합니다. 첫사랑에
대해 소녀와 다른 소년적인 감수성이 느껴져요. 트레버와는 결국 이별하고 맙니다. 베트남 출신이라는 정체성, 윗 세대와 그 자신의 이야기까지 많은
생각을 갖게하는 내용입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