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과거가 되었지만 소설 1984는 1940년대에 발표된 작품이니 미래를 다룬 셈이지요. 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나라가 전쟁의 화마에 휩싸이기 전이라고 생각하면 1984는 상당히 앞선 내용입니다. 마치 미래를 예견한듯한 빅 브라더와 인간의
사생활을 철저히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회에 반항한 주인공의 이야기고요. 7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현실을 투영해 볼 수 있는 앞서간 작품이라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1984년의 윈스턴은 빅 브라더가 사람을 감시하고 증오를 강요하는 획일화된 시대, 고립의 시대, 이중사고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부모를 감시하고 문학과 예술은 금지되는 사회에 그는 모순을 느끼고 반감을 갖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냉소적으로 바라볼 뿐입니다.
윈스턴은 당의 슬로건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요.
전쟁은 곧 평화이고
자유는 노예를 만들어내며
무지는 힘이 된다.
윈스턴은 자신이 누구를 위해 일기를 쓰고 있는지 또 한 번 궁금해졌다. 미래일까,
과거일까, 아니면 상상 속의 세대일까... 그의 앞에서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소멸이었다. p.46

그는 증오의 시간에 한 여자와 눈이 마주치고 마치 그녀가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갖고있는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을 파는 고물상 밖에서 그녀와 다시 마주치고 이후 그녀로부터 쪽지를 건네받습니다.
그는 쪽지를 잘 폈다. 거기에는 손으로 서툴게 쓴 커다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당신을 사랑해요.p.167

윈스턴은 기혼자이지만 줄리아와 사랑하게 되고 둘은 금지된 일들을 하며 비밀스런 시간을 공유합니다. 그는 그 끝을 이미 알고
있어요.
결과는 시작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무서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죽음의
전조를 느꼈으며 삶을 단축하는 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p.245

이퀄리브리엄, 브라질 등 디스토피아를 다룬 다수의 영화가 이 소설를 모티브로 한 게 아닌가 싶어요. 집, 땅, 교통수단 등
사유재산이 몰수되어 공동재산이 되었고 텔레스크린 앞에서 감정이 드러나거나 비판적인 발언과 글만으로도 처벌을 받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감시를
받는다는 설정이 섬뜩합니다. 실제에 이런 사회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현실감이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현실의 예언처럼 보이는
내용들이 무섭네요. 2019년에 읽어도 여전히 현대적인 감각을 가진 표현과 도구들이 나옵니다. 비극적인 결말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명작입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