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생 기러기들을 키워 최초의 비행을 함께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본 적 있어요.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니 신기해요.
독일에서 과학자가 일곱 마리 야생 기러기를 키우며 깨달은 삶의 지혜를 담았다니, 예측불허의 기러기들과 함께한 유쾌한 이야기가
기대되었습니다.
저자는 막 이혼한 상태로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행글라이더 조종과 경비행기 면허가 있다는 이유로 기러기 양육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습니다. 연구소에서 부화기에 들어있는 아홉개의 기러기알. 하루에도 여러 번 알을 돌려줘야하는데 기러기 배아가 알껍데기에 붙지 않게
하기위해서라고 합니다.
새끼 기러기들이 알껍데기 안에서도 이미 그의 소리를 인식할 수 있기때문에 그의 목소리에 익숙해지도록 닐스의 모험이라는 동화를
읽어줍니다. 엄마가 아기의 태교를 하는 방법과 마찬가지예요.p.14

기러기는 태어나 처음 보는 것을 부모로 인정하는 각인을 하고 냄새도 영향을 미치므로 그의 티셔츠를 부화기에 넣었어요. 또 나중에
함께 비행하게될 초경량비행기의 프로펠러 소음도 미리 들려주었습니다.
총 일곱마리의 기러기가 부화했어요. 저자는 처음엔 어설프지만
기러기들이 자신을 각인하여 잘 따른다는 걸 알게됩니다. 기러기들은 그의 걱정과 달리 물에서도 잘 적응해요.p.58

그는 이혼 후 아이들과 떨어져 지내는 고독과 외로움을 기러기들을 통해 위로 받고 자연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성을
자랑하지만 그 이성이 우리를 제한한다는 사실을 잊는다. 모든것은 우리의 의식을 통해 평가되고 가치 매겨진다. 내 이성은 다양한 인상의 가능성을
질식시킨다.p.120

기러기들은 나에게 뭔가
가르칠 생각이 없고 내 사생활에 관심도 없지만 나는 그들에게서 무척 중요한 사실을 배웠다. 철저한 수용, 삶의 손을 신뢰하며 나 스스로를 맡기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본질적인 것에 집중할 때만 지금 여기를 진정으로 살아낼 수
있다.p.164

암컷인줄 알았던 녀석들이 모두 수컷이라는 사실은 좀 우스워요. 기러기도 개성이 있고 사춘기를 겪으면서 반항을 해요. 실험을 위해
비행을 해야하는 터라 가장 반항적인 프리더를 야생으로 돌려보내지만 실패하고 다시 팀에 합류시킵니다.
영화처럼 멋지게 야생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이별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어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고요. 저자가
기류 데이터를 얻기위해 시작한 실험이 그에게 많은 의미와 가르침을 주고 삶도 빛나게 했습니다. 읽는 동안 동물기를 읽듯이 즐겁고
감동적이었어요.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