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의
비밀×액션×코미디×연애×누아르×반전×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소설!!
이라는 카피가 특이하네요.

조폭으로 살던 한 남자가 대학생이 되는 이야기라는데 단 한 번의 선택으로 180도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내용을 다룬다고 되어
있어요. 뉴스에서 봤을 법한 이야기에 출생의 비밀이라는 통속적인 소재와 액션 코미디 등이 혼합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되었습니다.
심재천 작가는 '나의 토익 만점 수기'로 문학상을 수상했고 7년 만에 낸 신작 장편이라고 되어 있어요.
타임슬립인가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배경은 1996년, 주인공 '나'는 조폭입니다. 경찰에게 뇌물을 주고 유흥업소에서 일하러 온 여자와 관계를 갖는, 전혀
건전한 타입은 아닌걸로 보여요.
매춘을 하면서 결혼하면 남편에게 두 배로 잘해줄거라는 주리를 보며 세상일은 알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녀는 그가 떨어뜨린 거라며 학생증을 건네요.

"보세요,
닮았잖아요."
나는
한동안 멍하게 서 있었다. 최면에라도 걸린 듯 뭔가 기묘한 기분이다. 어디가 어떻게 기묘한지는 잘 설명할 수가 없다. 혹시 학생증 때문일까 하여
다시 플라스틱 카드를 내려다보았다. p.61

그는 자신과 닮은 사진을 보며 학생증의 주인에 대해 궁금해해요.
영춘 형님의 생일, 당구장에서 당구를 치다 피에르가르뎅 양말을
사러갔다 돌아와보니 전혀 예상치못한 광경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의외의 상황에 그는 자신이 가둬둔 해부학 교수가 탈출해 저지른 일이란 걸
깨닫게 되죠. 그리고 그는 자신의 운명을 바꿀 결정을 내립니다.
일렁이는 빛무리를 넋 놓고 쳐다보고
있자니 문득 이해가 찾아왔다. 그렇다 이 빛은 우리가 흔히 가능성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비로소 나는 깨닫는다. 어째서 주리가 증명사진만 보고
내게 이 학생증을 주었는지. p.103

"성훈, 어떻게 된 거야?
도통 보이질 않던데?"
"조용히 살고
있어."
"술 먹고 자살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부활했어. 보다시피"
p.116

그는 대학생 김성훈으로 변신합니다. 치아 교정기를 뺐다는 말로 둘러대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등급으로 구분해 관리해요. 진짜
김성훈이 사라진 건 3,4일 전. 술을 마시다 죽겠다고 하고 사라졌다고 합니다. 미군과 상대하던 영어로 교수에게 칭찬을 듣고 낯선 과제는 신문
스크랩을 하던 기초로 열심히 파고들어요. 사실 진짜 김성훈은 약간 기이한 행동을 하는 학생이었죠.주위에선 그가 갑자기 성실한 학생이 된걸
의아해합니다.
엠티에서 불량배가 자릿세를 뜯으려하자, 그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자릿세는 두당 3만
원이다."
그렇군요, 하면서 나는 허리를 숙여 땔감이 든 박스를
뒤적였다. 거기서 솔방울 세 개를 찾아내 그걸 청재킷에게 내밀었다.
"이게 내 자릿세다."
한
5초 정도 시간이 멈췄던 것 같다. p.148
숙명을 무시할 순 없지.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끝이란 건 없어.누구도 끝이라고
말할 자격은 없어. 안드로메다에선 우리가 외계인인 거야.
p,197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갑자기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완전히 다른 인생을 선택합니다. 싸움 잘하고 머리좋은 조폭이라는 설정은 만화나 영화에
자주 나오는 특징이죠. 가끔 사소하지만 드라마틱한 사건이 벌어지고 약간은 코믹하지만 전체적으로 가볍지는 않은 내용입니다. 소설의 배경이
90년대라 그런지 90년대 소설같은 분위기도 있어요. 예고대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글의 후반부엔 전혀 예상치못한 반전이 있습니다.
90년대의 현실과 당시에 벌어진 사건들까지 포함되어 묵직한 기분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선 또다시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독특한
내용이었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