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동화.

독일의 아동청소년 문학가로는 미하엘 엔데가 대표적으로 생각납니다.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이 60주년을 맞아 난민, 전쟁, 차별 등 심각한
주제를 비롯해 우화, 판타지까지 여러 작품을 담았다니 환상적이고 깊이가 있는 내용들을 만나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60년의 세월동안 독일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이 책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는 것을 알고 세계를 바라볼 수
있도록 모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다비드 칼리의 우편함을 심은 남자가 바로 책 표지의 삽화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핀란드 여행을 떠난 주인공이 숲에서 우편함들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책들이 들어있는 걸 보고 놀라지요. '나'는 책들이 모두 같은 여자의 책이라는 걸 알고 도서관으로 찾아갑니다.
그녀가 이미 세상을 떠난 사서라는 걸 듣게되지요. 그리고 우편함을 설치하는 남자를 마주치게 됩니다.
남자는 책 주인의 남동생으로 누이가 해마다 보내주던 책을 우편함을 만들어 설치하게 된 거였죠. 책을 읽지 못하는 남자는 자신에게 글을
읽어줄 누이가 없으니 다른 필요한 사람에게 책을 주기 위해서 였어요. 하지만 숲에 설치한 우편함을 책이라니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힘들었을
테지요. 남자는 누이가 자신에게 준 첫 책인 어린이책은 간직할거라고 합니다. '나'는 여행에서 돌아온 후 우편함을 사서 책을 채웁니다.
책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집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책들도 세상으로 나가 여행을 해야
한다.
바람에 흩어지는 낟알들처럼.p.29

사막에 살면서 손님을 기다리는 긴꼬리 원숭이의 이야기는 안타깝습니다. 원숭이는 '드디어'라는 팻말을 걸어놓고 누군가 그 의미를
궁금히여겨 집 안으로 들어오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누군가 찾아오면 어떻게 할지 상상하죠. 슬프지만 아름답기도 해요.
"당신이란 뜻이에요! 드디어 말이죠! 절 찾아오신 거죠?"
"네.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러면 난 문을 열 테고 그는 안으로 들어올 거야. 날 찾아온 손님.
"저게 뭐지요?"
"당신 의자예요. 벌써 몇 년 전부터 마련해 놨어요.거기 않은 이는 아직 아무도 없답니다."p.46

머랭 소녀와 코코아볼렌이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한 이야긴 코믹해요. 전화위복에 대한 교훈을 주기도 합니다.
"이따금 난 생각하곤 해. 만약
네가 접시에서 곤두박질치지 않았더라면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져쓸까?
하고"p.91

여기 실린 이야기 중 몇 가지는 난민문제에 대해 말합니다. 데이비드는 자유의 딸이라는 아빠의 말을 믿고 꿈 꿔왔던 곳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수용소에 갇히고 분노하죠. 그는 자유의 땅에 입국 허가를 받지만 그곳은 자신이 상상하던 곳과 다르다는 사실에 실망합니다. 독일의 난민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이라 남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네요.
"여기서는 인간적 삶을
이루는 모든 것을 자유로이 펼칠 수 있지요. 다만 가장 중요한 것, 인간 자신만 빼고요!"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젊은이?"
"우리는 돈과 재산, 희망과 사랑을 엄마에게 보내도 되는데 우리 자신은 오면 안
되잖아요."p.111

그리고 '한때 난 구두 상자에서 살았다'는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랑을 잃고 작게 움츠러들었던 남자가 사랑이 돌아온 후 행복을 되찾는
짧은 이야기예요.
언젠가 나는 구두 상자에서
살았다.
때는 겨울이었고 난 꽤 오그라들어 있었다. 추위 때문이었다.
추위는 모든 것을 작게 만들고 성장을 방해한다. 게다가 난 방금 내 사랑을 잃어버린 참이었다.
p.215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다뤘고 은유를 담고 있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독일다운 철학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깊이있는 내용이기도 했고요.
가볍지않은 내용이 청소년 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좋은 내용입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