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지
김안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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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와 판타지.


서점에서 윤동주 시인을 비롯해 일제 강점기에 활동한 시인들의 시집이 초반본의 형태로 재판된 걸 봤습니다. 읽기 힘들 정도로 표기가 달랐지만 짧은 시 속에 담긴 감정과 생각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어요. 

『만월지』는 조선 시대 신분 의식이 남아 있는 22세기를 배경으로 인공지능과 시에 얽힌 신비한 능력을 다룬 내용으로 보였어요. 독특한 소재와 배경에서 새로운 판타지 소설의 재미가 기대되었습니다.

만월지를 수호하는 왕자가 가장 영향력 있는 세 명의 염원을 성공하게 해 줄 능력 80%를 준다는 말이 있습니다. 만약 염원자가 성공하면 만월궁이 빛나고 실패하면 만월궁 기둥이 무너진다고 해요. 만월왕자는 빛이 없는 만월궁의 빛을 위해 염원을 들어줄 수 밖에 없습니다.



시와 무용의 소녀는 왕자의 내시 수보를 만나고 왕자는 수보가 소녀에게서 받아온 '촛불'이라는 시를 보고 관심을 가져요. 

파아란 눈물에도 

꺼지지 않는 강인함.

그대의 품에도 지치지 않는 힘

내 눈에 박혀 타오르길. p.48-49


그런데 왕자가 염원을 비는 사람을 선택하는 이유가 좀 황당합니다. 금화를 바친 양반만 고른다는 거죠. 

천재 과학자 벡터에게 버림받은 소녀는 여전히 슬픔과 자책에 빠져있고 만월왕자는 소녀를 찾아내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소녀는 그가 교만하다며 무시해요.   



천하 만월지를 담당한 천월왕자는 벡터에게 그의 눈에 뿌리내린 시에 대해 말합니다.

글자는 살아 움직여서 어딘가에 밀착되는 순간 뿌리를 내리지. 글자는 시가 되고 그 시는 소생을 해. 

그것이 네가 사랑하는 소녀의 본연이자 이치이자 시의 근원이지. 네 눈을 소생시킨 건 네 의지와 소녀의 간절함이 잘 어우러진 시의 근원이야. 그 소생된 눈을 찔러 죽인 것도 소생과 죽음이 동시에 있는 시의 근원과 네 의지다. p.103

만월왕자에게 선택된 염원자인 한스는 은화 시인에 대한 자료를 찾아냅니다. 만월왕자가 금화를 던진 염원자만 선택한 이유로 은화는 외면받게 되고 은화 시인도 빛을 내지 못하고 소멸되었다는 걸 알게되지요. 그는 은화 시인을 살려 은화 시인의 딸인 소녀 매화로부터 그 보답으로 염원IT를 개발할 능력을 받아내려 합니다.p.141


벡터는 시의 렌즈를 통해 매화가 자신을 총으로 쏘는 환영을 봅니다. 그는 렌즈가 보여준 환영이 의미하는, 본연을 잃고 싶어하지 않는 두려움을 깨닫게 되지요. P.197


매화는 만월궁에 들어가고 벡터와 만월 왕자를 생각하다 갖고 있던 은화를 던집니다. 그 은화가 만월궁의 새로운 기둥이 되지만 은화의 염원자가 염원을 포기한 탓에 그 기둥은 무너질 위기에 처합니다.


결말은 예상을 벗어났고 커플링도 마찬가지입니다. 

양반과 왕족 신분이 존재하고 현대 과학과 마법이 뒤섞인 복잡한 세계관이에요. '시'자체가 에너지가 되고 위협적인 마법의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성격은 심각하다기보다 좀 기복이 있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경쾌한 편입니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처럼 의식의 흐름을 따라 가는 기분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있어요. 짧은 문장이라 빠르게 진행되고 한자가 제법 많아 무협지 분위기도 납니다.  

소녀가 쓴 시와 벡터가 말하는 시의 내용이 개성 있어요. 소설로 진행되다 시가 나오는 부분은 마치 뮤지컬 같습니다. 정말 특이한 내용입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 자체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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