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인더스
밸 에미크, 윤정숙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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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친구와 만나 학창시절의 일을 이야기하다 제가 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일을 듣고 놀랐어요. 서로의 기억을 맞춰보며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 재밌기도 했어요. 함께 지나온 시간만큼 쌓인 기억이 있어서 더욱 사이가 돈독해지는 거겠지요. 

[리마인더스 :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잊으려하는 남자와 ‘매우 뛰어난 자전적 기억력(HSAM)’을 가진 소녀가 서로 이해하고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는 기쁨을 깨닫는 내용으로 보였어요. 기억과 관련하여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기대되었습니다.


조앤은 할머니를 알츠하이머로 잃고 아빠도 같은 일을 겪으면서 자신을 잊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어요. 아빠가 운영하는 녹음 스튜디오를 닫을 시기가 다가오고 조앤은 문득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노래는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리마인더'이기 때문이다. 

마치 헬리콥터의 꼭대기처럼 내 머리도 돌아가고 나쁜 기분도 모두 사라진다. 아빠, 엄마, 할아버지, 미스 캐롤라인,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결코 나를 잊지 않게 할 방법을 방금 찾아냈기 때문이다. p.27


또다른 주인공인 개빈은 동성연인이던 시드니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어요. 개빈은 그를 잊기 위해 그의 소유물을 모두 태웁니다. 그 뒤 친구의 가족을 방문하기로 합니다.

조앤이 찾아낸 방법은 콘테스트에 자작곡으로 참여해 우승해서 유명해지는 거였어요.  조앤은 개빈의 방문을 듣고 그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거라며 반깁니다.



아빠는 항상 유명해지는 것과 기억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를 말해주었다. 유명해지기는 쉽지만 명성은 15분밖에 지속되지 않는다. 반면 기억에 남기는 어렵지만 훨씬 오래 지속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기억되려면 먼저 유명해져야 한다.   p.54 

개빈은 조앤의 기억력을 통해 조앤이 기억하는 시드니의 모습을 알고자 합니다. 그는 조앤으로부터 시드니와 관련된 기억을 듣는 조건으로 조앤의 자작곡 만들기를 돕죠. 그리고 조앤은 그가 시드니의 기억 추적하기에 동참합니다.

개빈은 조앤의 말을 듣고 시드니의 비밀을 감지하게 됩니다. 그는 혼란스러워하고 더욱더 시드니가 자신에게 감춘 사실이 무엇인지에 집착하죠.


"왜 시드니 아저씨의 물건들을 태우고 싶었어요?"

"기억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워서."

난 아저씨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 잘 안다. 

"그러면 우리 집에는 왜 오신 거예요? 나랑은 왜 얘기를 하는 거예요?"

"기억하는 것보다 잊는 것이 훨씬 더 고통스럽기 때문이지." p.158


두 사람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더욱 친구처럼 가까워지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나도 행복하다. 사실 내 인생에서 거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문득 이렇게 완벽한 순간은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 행복도 조금 가라앉는다. 다시는 오늘 밤이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 밤은 내 기억 속에 항상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억이 현실만큼 좋을 수는 없다. 커버곡이 원곡만큼 좋지 않은 것처럼. p.229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두려움과 슬픔은 같지만 조앤과 개빈의 방법은 서로 다릅니다. 조앤은 여전사처럼 당당히 맞서고 개빈은 도피하려하죠. 둘의 기묘한 우정이 따뜻한 기분을 느끼게 해요.  마치 ost를 듣는 것처럼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내용이었어요. 어린 소녀의 감정을 잘 표현해서 여자 작가인가 했는데 뜻밖에 저자는 개빈에 가까운 젊은 남자여서 의외였어요.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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