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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가슴의 발레리나
베로니크 셀 지음, 김정란 옮김 / 문학세계사 / 2019년 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나 정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는 듯해요. 누구나 자신의 몸에 마음에 덜 드는 부분이 있고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인한 경우가 많죠. 큰 가슴으로 인해 좌절하게 된 발레리나를 통해 아름다움과 자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니 기대되었습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 소녀의 가슴이 덱스트르와 시니스트르라는 쌍동이 남매로 의인화되어 여성성을 지닌 덱스트르가 화자가 되기도 합니다.
어릴적부터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는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그 꿈에 방해를 받습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발레 움직임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않는 가슴으로 소녀는 괴로워하기 시작하죠. 덱스트르와 시니스트르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워합니다.

나의 가슴들은 나를 인질로 잡고 있다. 그들은 나의 정체성을 빼앗아갔다. 그들은 세계와 나 사이의 메시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다. P.70
소녀는 가슴에 붕대를 감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려합니다. 하지만 피부 홍진이 생겨 그 시도는 실패하고 말죠.
그녀는 이사도라 던컨을 동경하고 그녀처럼 자유로워지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육체의 주인? 밤늦은 시간까지 나는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녀의 여정은 아름답고 비극적이다.
그녀의 삶과 같은 실로 짜여진, 무게를 잴 수 없는 움직임과 공기 역학에 던져진 죽음이었다. P.96
그녀는 결국 가슴 축소 수술을 받습니다. 함께 발레를 하는 사랑하는 연인도 생겼고요. 그러나 그녀의 운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또다시 그녀를 이끌어 갑니다.

우리는 꼬맹이가 첫 번째 옹알대는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그것은, 이론의 여지 없이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P.245
덱스트르의 입장에서 보는 세상은 소녀의 입장과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 두 화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있지만 자신의 신체적 컴플렉스가 인생에 방해요소가 된다고 느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소녀가 새로운 인생을 살게되는 것처럼 덱스트르도 자신의 역할과 생각을 더 넓히게 되고요. 서로 성장해가는 존재들의 모습이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진실되게 그려낸 내용이었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