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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는 마음 - 어슬렁거리는 삶의 즐거움에 관하여
박지원 지음 / 사이드웨이 / 2019년 1월
평점 :

실내에서 러닝머신으로 운동하는 것과 바깥을 산책하는 건 효과가 확연히 달라요. 산책은 주위의 풍경을 즐기고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 더 좋아요. 『산책하는 마음』에서 산책길에 나설 때마다 우리 마음속에 애틋하게 피어오르는 27가지 빛깔들을 말한다니 그 내용이 기대되었습니다.
저자는 산책에 대한 정의로 글을 시작합니다.

산책은 영원한 떠남과 떠남의 반복이며 영원한 되돌아옴과 되돌아옴의 반복이다. p.31
저자가 경험한 산책에서 특별한 일은 단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주 걷는 주변의 풍경에 대해 말하고 초등학생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고도 해요.

그들과 마주칠 때 나는 자연스레 내 학창 시절을 연상하는 것 같다. 이미 20년도 더 지난 그 시절의 내 모습. 가장 시끄럽게 굴어댔지만 알고 보면 가장 슬픈 고아처럼 배회하던 나의 10대 시절을 말이다. 영영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애틋하고 빛나는 과거를. p.53
그가 좋아하는 작가 하루키는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매일 새벽에 일어나 달리고 정해진 분량만큼의 글을 쓰고 밤 9시면 잠드는 생활을 어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자도 가끔 숨이 끊어질 듯 달리는 일은 우리를 진정 살아있게 만든다고 하고요.

인간의 삶은 세계의 만물은 또 모든 관계는 멈추면 흐트러지고 멈추면 썩는다.
자신을 불꽃처럼 연소시켜야 할 때를 냉철하게 판단한 후 가끔은 맹렬하게 자신의 몸을 움직여보도록 하자. 내가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어떤 핑계도 대지 말고 힘차게 달려나가도록 하자. 앞을 향해 힘껏 도약하면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과거의 저 무겁고 두꺼운 굴레를 벗어나도록 하자. p.120
재개발과 재건축 속에 사라지는 골목길에 관해서는 한국에서 22년째 살며 한국을 소개하는 여행 책자를 내온 잡지 편집장 쾰러의 말을 빌려 안타까움을 말합니다.
한국인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아끼거나 사랑할 줄 모른다며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자신의 동네 주변부터 살펴봐 달라고요.

모든 것엔 금이 가 있고 빛은 거기로 들어온다.
우리는 그 빛이 얼마나 따스하고 환한지를 이미 알고 있다.p.163-165

걷는 사람들은 강하고 온후하다. 걷는 일엔 그 자체로 치유의 힘이 있어 걸음을 옮기는 누군가의 모진 아픔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그는 느긋하게 어슬렁거리며 잠깐이나마 이 세계를 믿고 있다.
지금 그 순간의 자신을 믿고 있다. 그는 그렇게 자신을 믿음으로써 세상을 믿을 수 있다. 아니 역으로 세상을 믿음으로써 비로소 자신을 믿을 수 있다. p.250-251
문학, 영화, 사회 등 여러분야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담긴 내용이었어요. 산책하듯 편안히 사색하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