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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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신 아르바이트.


아주 잠깐 알던 사람이지만 우연히 시선이 마주친 순간 단박에 알아보고 스스로 놀란 적이 있어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무의식중에 쉽게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던 모양인가봐요.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의 주인공은 길 잃고 방황하는 사자의 영혼을 저세상으로 보내는 일을 하는 걸로 보여 독특한 소재의 신비한 미스터리가 어떠한 방식으로 풀려나갈지 기대되었습니다.


고등학생 사쿠라 신지는 빗속에서 마주친 남자가 그에게 맞는 일이 있다며 조만간 사람을 보내겠다는 말을 하자 얼떨떨해합니다. 다음 날 동급생인 인기소녀 하나모리 유키가 그에게 사신 아르바이트를 제안하지요. 미련이 남아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사자'들을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임무에 시급도 터무니 없고 근무기간을 채우면 어떤 소원도 이루어준다는 것도 헛소리처럼 들렸지만, 그는 받아들입니다. 


첫번째 임무의 대상은 뜻밖에도 그가 마음에 두고있던 소녀 아사쓰키의 부탁이었어요. 사쿠라는 그녀와 헤어지면서 이상한 기분을 느낍니다.


오늘 밤은 여느 때의 '또 보자'가 아니었다. 왜일까.

혼자 걷는 밤길은 무더웠다. 구름에 가렸는지 방금 전까지 빛나던 달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 밤을 소중하게 간직해.

어째서인지 하나모리가 남긴 말이 문득 떠올랐다. p.55


신지는 뒤늦게 아사쓰키가 이미 한 달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충격과 후회에 휩싸여요. 

하나모리는 미련이 남은 사람은 죽지 않은 모습으로 재구성되지만 미련을 풀어 추가시간을 끝내고 떠나든가 언제 닥칠지 모를 종료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추가시간에 생긴 일을 기억하는 건 사자와 사신뿐. 게다가 사신으로 활동하는 반년 동안만 기억가능하고요. 사쿠라는 아사쓰키를 기억하기 위해 사신을 계속 하기로 합니다.     


두번째 대상은 편지를 찾아달라는 아저씨. 사쿠라는 그 아저씨의 허세와 요구에 화가 날 지경이 됩니다. 결국 편지를 찾지 못하고 아저씨가 체념한 듯 떠난 뒤 사쿠라는 자책하고 하나모리는 그에게 말합니다.


"뭔가 남기지도 남의 기억에 남지도 못해. 

아주 괴롭고 가혹한 시간이야.  

하지만 어떤 인생에도 행복했던 시간은 반드시 존재해. 결과적으로 행복은 잃었을지도 모르지만 행복했던 그 순간을 떠올릴 수 있다면 분명 미련을 해소하는 것보다 그게 더 소중한 일이야." p.110


이 일을 계기로 사쿠라는 진지하게 사신의 임무를 다하기로 결심합니다. 사쿠라와 하나모리는 서로 가까워지게 되고요. 둘은 사자가 된 아이 시노미야 유를 도와주려 하고 그 일로 인해 사쿠라는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끝난 줄 알았다. 

비극은 이로써 끝났다고 생각했다.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슬프고 괴롭지만 그래도 이 일은 끝났다고 여겼다.

행복이란 언제나 잃고 나서야 깨닫는 법임을 알면서.

세상은 우리를 끝까지 몰아붙인다.p.241


잃기 전에 깨닫는 것.

잃었더라도 행복했음을 기억하는 것.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기억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

분명 그것이 바로 이 세상에서 추구해야 할 진실이다.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났다. 분명 이 세상은 우리가 그렇게 여기기를 바란다.

나는 형체를 이룬 행복을 끌어안았다. p.335


경험했는데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는 미시감이라는 감각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이 이야기의 결론은 기대와 달라 좀 슬퍼요. 하지만 이어지는 인연, 행복과 인생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깊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실사 영화로 제작된다면 금세 빠져들어 보게 될 내용이었어요.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원문: http://blog.yes24.com/document/1101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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