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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다리가 달린 집
소피 앤더슨 지음, 김래경 옮김 / B612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닭다리가 달린 집≫이라는 제목에서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의 집에 과자대신 닭다리가 달린 걸 상상했어요. 영양가 높고 맛도 좋은 닭다리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유혹하기 충분하겠죠. 이 책은 특이한 제목이 일단 눈길을 끌어요. 숲속에 사는 마녀의 집에 닭다리가 달려서 어디든 여행할 수 있다는 점과 그 마녀와 소녀가 삶과 죽음에 대해 말한다는 소개를 읽고 내용이 기대되었습니다.
사실 마녀가 아닌 마링카의 할머니의 집이고 할머니는 이승과 저승을 이어주는 저승문의 수호자인 야가입니다. 집에는 닭다리가 달려 해마다 예고없이 황폐한 곳으로 떠나곤 합니다. 집은 마링카의 생각을 읽고 함께 놀아주기도 해요. 마링카는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한 집에 살기를 바라지만 할머니는 그녀가 다음 수호자가 될거라고 하고요. 사실 마링카의 부모도 수호자 였어요.
마링카는 벤자민을 만나고 그와 어울리면서 울타리 너머의 생활을 꿈꿉니다. 하지만 그와 만날 약속을 하고 온 밤, 집이 이동하기 시작해요. 그녀는 소리쳐 울며 분노합니다.
할머니는 야가의 임무는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집과 저승문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합니다.

"수호자가 되는 건 네 운명이야."
"그런데 전 행복하지 않아요."
"네 운명을 받아들여야 해. 네 몸속에 흐르는 야가의 피를 네가 바꿀 수는 없어. 네게 주어지지 않은 삶을 꿈꾸는 대신 네가 이미 살고 있는 삶에 집중하면 더 행복해질 거야." p.68-69
마링카는 저승문을 넘어가지 않은 소녀 니나를 만나 가까워져요. 그런데 니나의 언니 세리나가 오고 마랑카는 니나를 숨겨둔 채 세리나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가 저승문을 넘어가도록 도와줍니다.

"당신은 무엇을 별로 가져가나요?" 바바 할머니가 세리나에게 묻는다.
"우리 가족에게서 받은 사랑을 가져갑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온 세리나의 대답이 너무나도 완벽해서 나는 손바닥을 마주쳐 박수를 친다.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리나의 삶은 바로 그런 인상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p.107-108
처음으로 수호자의 능력을 발휘한 마링카는 니나를 보내줘야한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단둘이 해변으로 갑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변화를 겪고 집으로 돌아와요. 그리고 마주하게된 진실은 마링카를 충격에 빠뜨립니다.
진실이 밝혀진 후 너무 급격하게 일어나는 사건에 잠시 멍해질 정도입니다. 결국 혼자 집에 남겨진 마링카는 원로 야가 할머니를 만나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수호자가 되어야하지만 절대 바라지 않는 마링카는 계속해서 거부합니다.

태양은 두툼한 하얀색 구름 뒤로 숨었고 눈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서 사방이 매끈하고 편평하다.
어딘가 다른 곳으로 어디든 달려가고 싶은 욕망이 앞서지만, 달리 갈 곳은 없다. p.300

마링카가 수호자의 의무에서 벗어나려 할수록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소중한 걸 잃기만 합니다.
"난 죽은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느끼면서 그들을 인도하며 살고 싶지 않아. 난 나 자신의 기쁨과 슬픔을 느끼며 내 삶을 살고 싶어." p.312
마링카의 노력과 집념은 보는 사람이 지치거나 넘어갈 정도입니다. 마링카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의지를 꺾지않고 계속 시도해요.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바라던 행복을 찾게 됩니다. 무서운 이야기도 그다지 귀여운 소녀도 아니지만 마링카의 강인한 성격은 마음이 끌리게 해요.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진지한 내용 중에 집이 마링카를 대하는 태도와 행동이 우습기도 했습니다.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멋진 이야기였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