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토피아 - 실패한 낙원의 귀환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가 경험하는 대부분은 인류가 처음 겪는 것이 아니다.


제주도 예멘 난민 문제를 보면서 솔직히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민에 반대한다고 해서 인종차별이나 편협한 세계관 탓은 아니라고 봅니다. 더욱 극심해지는 경제적 격차와 복지비용을 감당하기도 벅찬데 난민까지 책임질 여력이 있을까 싶고요. 

『레트로토피아』에서 현대성 이론의 대가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러한 문제를 미리 예측한 듯 보입니다. 그가 말하는, 문제 해결에 대한 통찰력이 기대되었습니다. 레트로토피아는 과거로의 회귀를 의미합니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짐승은 자연 그대로 강하고 야성적이고 천박한 형태, 곧길들여지지 않고 손상되지 않은 현대적 방식의 개혁으로부터 출현한다. 문명화 과정은 그 형태를 수선하거나 정화하기는 커녕 그럴듯하게 감추거나 아니면 간신히 위탁시켰다.p.47-48


좋아요와 공유하기의 숫자는 그들의 선택이 공공연하게 중요하고 훌륭하므로 연역적으로 바람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필요한 모든 지지를 제공한다. 

이런 인터넷 상의 행위는 의존이 아니라 자립의 연습처럼 느껴지며 게다가 집단 승인과 인정을 보증하는 추가 혜택이 사전에 더해지면 자기주장의 용맹한 위업처럼 느껴지기에 이른다. p.71


일단 미래를 형성할 힘을 빼앗기면 정치는 집단기억이라는 공간으로 이전된다. 이는 조작과 관리를 훨씬 더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으로서, 그런 이유로 현재와 미래에서 오랫동안 잃어버린 더없이 행복한 전능함의 가능성을 약속하는 곳이기도 하다. p.111


사람들이 반드시 자기의 사익에 맞게 투표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기 정체성에 투표한다. 그들은 자기와 동일시하는 사람에게 투표한다. p.118.


포풀리스트들이 성공하는 가장 큰 비결은 분노를 끊임없이 들끓고 불타오르게 유지하는 것이다. 소외되고 버려진 이들의 분노는 특히 풍부한 광석으로, 끊임없이 공급되는 풍부한 정치자본에서 채광된다. p.122


모든 이의 성공은 내 패배처럼 느껴지고 그나마 존재하던 출세할 수 있는 빈약한 기회마저 줄이는 것처럼 보인다. 

내게 가능한 행동이 그 영역 안에만 국한되는 한, 협상 불가능한 내 운명은 그대로 남을 수 밖에 없다.p.165 


외로움이란 해변에 있는 조개껍데기만큼 인간에게 흔하다.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기 전까지는 아무도 당신을 사랑할 수 없다. 

자아수용을 하는 데 이미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면 타인으로부터 받은 아무리 많은 찬사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소용이 없을 것이다. p.212


2차 대전을 겪었고 2017년에 세상을 떠난 지그문트 바우만은 sns의 영향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마치 20세기의 철학자가 시간 여행으로 현재에 와서 남기는 글처럼 고전적인 표현과 날카로운 비판이 뒤섞여 신선한 자극을 줍니다.

정치, 사회, 심지어 sns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고 감성적인 글도 있어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세상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쌓인 지혜를 엿볼 수 있어서 마치 현자가 말하는 예언처럼 느껴집니다. 


우리가 현재 분노하고 아둥바둥하는 것들도 오래 살아온 그에겐 이미 경험한 한 과정에 속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는 미국에 이탈리아 난민들이 들어와 수많은 발전과 변화를 이룬 것처럼,국 현재 미국과 유럽으로 몰려드는 난민도 결국은 받아들여야할 거라는 의미로 말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해요.

단순히 오래 살아온 것만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몸소 겪으며 지켜본 그의 말이 더 진정성 있게 들리네요. 현 상황에 대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내용이었습니다.  


원문- 예스24: http://blog.yes24.com/document/10850750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