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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만나요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평점 :

정세랑 작가님의 단편 소설들을 묶은 첫 소설집입니다..
[옥상에서 만나요]에서 [이혼 세일]이라는 특이한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처음에는 단번에 이해되지 않았어요. 여기선 이혼한 사람이 자신의 결혼 시절 물건을 처분하는 걸 의미합니다.
경윤은 친구 이재가 이혼하면서 이혼 세일을 한다는 연락을 받아요. 아영, 민희, 성린, 지원까지 여섯명의 친구들. 경윤은 이재의 남편에게 다른 사람이 생겨 이혼을 한 일이 무척 충격적이었죠.

학기 초엔 아무도 이재를 알아채지 못하다가 여름방학이 될 때쯤엔 반 남자애들 반쯤이 이재를 좋아하고 있었다. 더 예쁜 아이들은 얼마든지 있었는데도. 어쩌면 다들 이재보다도 이재가 이끌고 다니는 공기 같은 것을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함께 있으면 심장이 약간 느리게 뛰게 되는 감미로운 공간 장악 능력 같은 것 말이다. p.10-11
아직 미혼인 친구는 이재마저 결혼에 실패하는 걸 보고 결혼할 자신이 없다고 합니다. 이혼 세일 당일, 친구들은 이재가 평소와 마찬가지의 모습을 한 걸 보고 안도합니다. 이재는 남편의 일을 고백하고 자신의 가재도구를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친구들에게 팔아요.

친구들은 그녀를 걱정하고 이재는 친구들에게 보여줄 것이 있다며 지하 주차장으로 데려갑니다.
그러곤 아주 작은 캠핑 카라반 앞에 섰다. 카라반은 아직 차에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다.
거짓말, 하고 아영이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했다.
"이걸 끌고 어디로 가게?"
"일단 좀 다녀보게."
친구들은 드디어 이재가 이혼의 충격을 드러내는 구나 생각했다. p.29-30

이재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며 친구들은 돌아섭니다. 이재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각자 하나씩은 고민이 있고 누구도 순탄하게 살아가는 건 아니에요. 대부분 소설에서 여자들이 많이 나오면 시기와 질투가 빠지지 않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친구들은 오래된 우정과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요. 어두울 수도 있는 내용을 우울하지 않게 그려냈지만 가볍지만은 않아요. 진행이 빠르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스타일이라 죻습니다. 소설집의 다른 소설들도 읽어보고 싶어져요. 소설집 전체의 내용이 기대됩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 자체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