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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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오면 절대로 대답하거나 들여보내선 안 된다고.

 현관으로 오면 문을 닫고 내버려두면 되는데 뒷문으로 오면 위험하다고. 뒷문을 열면 끝이라고.


가끔 상대방의 발신 번호가 나타나지 않는 전화가 걸려올 때가 있어요. 왠지 받기 꺼려져 무시하고 맙니다. 『보기왕이 온다』는 뱃속에 있는 아이의 이름을 말하는 손님이 찾아온 후, 주인공이 알지 못하는 상대의 전화나 메일을 받는 괴이한 일이 발생하는 오싹한 내용입니다.

현실에 있을 듯한 이야기라 더 무서울 듯하고 일본 호러소설대상 수상작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추천도 받았다니 더욱 기대되었어요.


첫 장면은 다하라가 한 여자와 퇴마 의식을 행하는 걸로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여름방학, 다하라는 치매에 걸려 누워계신 할아버지와 함께 집에 있다가 방문객을 맞습니다. 할머니를 찾아온 건가 싶었던 방문객이 돌연 이상한 물음을 던져요. 


"히사노리 씨는 계세요?"

나는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내 의자와 상관없이 몸이 굳어버린 것이다. 

히사노리는 할아버지의 장남이자 어머니 오빠의 이름이다. 

하지만 외삼촌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유리문을 노려보았다.


회색 그림자는 계속 서 있었다. p.15

의문의 상대가 처음 나타나는 장면부터 소름이 끼칩니다. 평범한 일상이 순식간에 공포로 뒤덮여요. 다하라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소리치고 그 회색 그림자는 사라집니다. 다하라는 할머니로부터 '보기왕'이라 불리는 기이한 존재에 대해 듣고 그것이 자신이 겪었던 일과 관계있음을 눈치채죠.

그 일을 잊은 듯 살아가던 다하라는 결혼을 하고 아내가 아이를 임신하여 행복한 나날을 보내요. 그런데 어느 날, 회사 동료 다카나시가 누군가 다하라를 찾아왔었다고 합니다.  

"치사 씨 일로 다하라 씨에게 볼일이 있다고 했어요."

"치사?"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물었다.

딸의 일이라고?

"네. 그런데 치사 씨가 누구예요? 사모님인가요?"

"치사는..."

그제야 겨우 깨달았다. 아직 그 누구에게도 딸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무사히 태어난 후에 사람들에게 정식으로 말하자, 그렇게 약속했기 때문이었다.p.41-43



그의 눈 앞에서 다카나시의 팔이 피로 물들고 다카나시의 부친은 뭔가에 갈기갈기 찢긴 상처라고 말합니다. 다카나시가 돌연 퇴사를 하고 다하라는 그의 병실을 찾지만 만나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그가 있을 만한 병실의 창문을 바라본 순간, 스윽 커튼이 닫혔다.

커튼이 닫히기 직전에 나는 보았다.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마른 나뭇가지 같은 가느다란 팔과 부수수한 머리칼을. 

부자연스러울 만큼 크고 새빨갛게 충혈된 두 개의 눈을. p.53


그는 정신없이 달아나지만 일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긴지 씨 계세요?"

온몸이 그대로 굳었다. 

잡음이 섞여서 알아듣기 힘들긴 했지만 잘못 들었을 리 없었다. 

초등학생 때, 할머니 집의 현관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 그 말투. p.60


의문의 존재가 가족을 위협하기 시작하고 다하라는 민속학을 전공한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의 가족을 돕기위해 마코토가 그의 집을 방문하고 그 존재는 마코토의 부적을 찢으며 엄청난 힘을 드러냅니다. 


다하라의 일을 해결하기 위한 퇴마사들이 등장하면서 내용은 본격적으로 악귀와의 싸움이 전개됩니다. 

창가 테이블 자리에서 세쓰코가 공허한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 있었다. 

몸의 절반은 검불게 물들어 있고 테이블도 반들반들한 붉은 액체로 빛나고 있었다. 

오른팔은 그녀의 발밑에 구르고 있었다.p.131


'엑소시스트'나 '검은 사제들'의 분위기가 풍겨요. 하지만 보기왕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공간 제약도 없이 어디든 나타나고 게다가 흉악하고 폭력적이기까지해서 더 강력해요. 교활하게 사람을 유인하고 교묘하게 상대를 무너뜨립니다. 퇴마사들조차 속수무책이라 쉴새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어요. 나중에 시점까지 바뀌어 결말까지 숨을 죽이고 긴장하며 읽었습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데 그 공식이 이번에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예상을 뒤엎는 상황에 당황스럽기는 읽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나름 화끈한 액션도 있네요.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는 묘사였어요.

보기왕의 접근이 너무 현실적이라 더 겁이 나요. 갑자기 전화벨과 인터폰 소리가 두려워집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원문:http://blog.yes24.com/document/10823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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