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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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언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언이란 멀리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광인과 같다. p.7



최민우 작가님의 이력에서 '오베라는 남자'를 번역하셨다는 걸 보고 반갑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의 첫번째 장편소설 출간을 먼저 축하드립니다! 불길한 예언과 연인이 그림자를 잃어버린 후 시작되는 사건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어요. [점선의 영역]이란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통로를 말하는 건지 그림자는 왜 사라진건지 호기심을 자극해 흥미진진한 전개가 기대되었습니다. 




어떻게든 벌어지게 되어있다면 할아버지의 말대로 방법은 없으니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오지 않을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듯 오기로 되어 있는 미래를 근심해봤자 소용이 없다. p.12 

불길한 앞날을 예언하는 할아버지의 말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나'는 미래에 대해 수긍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만날 거다.'라는 할아버지의 말에 놀랍니다. 그는 평소의 가치관에 따라 살기로 했지만, 그 말에 흔들리죠.


대학 졸업 후 연이은 취업실패에 자포자기한 마음으로 취업 면접에서 그는 "제 할아버지는 앞날을 볼 줄 아셨습니다."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 회사에 합격을 해요. 그후 여자친구 서진에게서 일이 생겼으니 와 달라는 연락을 받지요.


나는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는데

 왜 놀랐는지는 멍해지고 난 다음에야 깨달았다.  

그녀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없었다. p.33

갑자기 그림자가 사라지다니 무섭고 기이한 일인데 서진은 의외로 담담해요. 둘은 '잃어버린 지갑을 생각해보듯' 그림자가 사라진 날 서진의 동선을 더듬습니다. 서진은 취업 면접에서 옛 상사가 퍼트린 말로 취직하기 어렵게 된 걸 알게 되었어요. 그녀는 집에서만 지내다 갑자기 외출하여 '나'를 놀라게 해요. 그런데 그녀는 그림자가 자신을 찾아왔는데 쫓아버렸다고 말합니다.



"그걸 직접 봤을 때 깨달았거든."

"뭘?"

"그게 없어서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사실을."p.92

서진의 그림자가 사라진 후 연이은 정전으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합니다. 사라지는 사람도 생기고요. 미스터리한 일들이 계속 발생하자 결국 '나'는 서진의 그림자를 찾아 나서게 됩니다.


사람들은 예언과 종말을 혼동하곤 한다. 

예언이 실현되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목숨이 다하지 않는 이상 예언이 이뤄지고 나서도 삶은 이어진다. 

예언이라는 확고부동한 점이 있다고 삶이 분명해지지는 않는다. p.164

서진의 그림자가 사라진 원인이 밝혀지고 그건 누구에게도 해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처한 상황에 폭발할 듯한 증오를 느끼는 사람은 서진 한 사람만은 아니겠지요. 서진은 오히려 그림자 없이 살아가는 걸 선택하고 '나'는 결국 그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청년세대가 겪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선택받아야하는 입장에서 당하는 부조리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갈 자유를 갖지 못한 청춘들의 선택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요. 환상적인  사건과 결부되어 만약 '나'의 경우라면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점선의 영역]이란 완전히 선이 그어지지 않은 경계 너머를 말하는 걸까 싶기도 해요. 능숙한 문체로 흐르듯 이어지는 내용이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사랑이야기였습니다.   


*이 리뷰는 출판사 자체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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