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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랑 - 김충선과 히데요시
이주호 지음 / 틀을깨는생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네가 직접 결정해야 해.
너 이외의 다른 사람이 그것을 결정하게 만들지 말라는 뜻이다.p.130

일본 사무라이 사야가에서 조선의 김충선이 되어 임진왜란 당시 큰 도움을 주었던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니 드라마틱하게 들립니다. 나라를 버린 배신자라는 오명을 견디며 조선에 귀화한 이후의 삶도 궁금했고요. 광해를 쓰신 이주호 작가님이 다루신다니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하루하루 희망이 죽어 나갈 무렵 예견하지 못했던 변수가 시작되었다.
선조의 도망, 이순신의 해군, 명나라의 원조, 그리고 사야가의 등장이 그것이었다.p.7
내용은 1593년 행주산성에서 사야가, 김충선과 권율 장군의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김충선의 부모는 조선 선비 가문의 사람이고 역모로 몰려 일가가 몰살당할 처지가 되자 모친이 아기인 그를 일본으로 피신시킨 것으로 나옵니다.
아기는 일본에서 히로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어린 시절부터 전장에서 싸우며 성장합니다. 총명하고 판단력이 뛰어난 그는 아츠카라는 소녀와 연정을 나누기도 해요. 하지만 히데요시의 제안을 거절한 탓에 이에야스 밑으로 들어가 용병부대를 이끕니다. 노부나가의 사망으로 일본은 혼란에 빠지고 아츠카의 부친 겐카쿠가 암살당해요. 히로는 열아홉에 조총부대의 대장이 되고 아츠카를 재회합니다. 그는 겐카쿠를 암살한 배후인 히데요시를 단독으로 암살하기위해 나서지만 실패하고 도주합니다.
아츠카가 히데요시에게 인질이 되어 그는 마지못해 조선 침략에 참가하게 되지요.

27년 만에 다시 고국을 밟은 히로였다. 이틀째 직접 전투에 참여한 히로는
인간의 잔인하고 추악한 이면을 눈앞에서 목도하게 되었다. p.237
가슴에서 무언가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조선인인가 일본인인가. 이들은 전쟁으로 인해 죽어야할 이유가 있는가. 칼 한 번 잡아 본 적 없는 장수가 목숨을 던지고 죄 없는 인물들이 죽어 나가고 있단 말인가.p.245
그는 문관인 송상현의 최후를 목격한 후 심경에 큰 변화를 일으킵니다.
패전한 신립이 일본군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자신의 육신이 이용되지 않도록 자결한 후 히로의 동요는 더욱 커져갑니다.

심장과 머릿속이 모두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의지와는 다른 감정들이 히로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동정, 이유도 없이 죽어가는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었다.
또한 분노의 감정이었다. p.281
역사를 소설, 영화와 드라마로 배운다고 할 정도로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의 힘은 큽니다. 작가의 이전 작품인 '광해'도 마치 그 자체가 실제 역사인 것처럼 느껴졌지요. 이 작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야가가 본명이 김석운이라는 조선인이라고 생각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출신, 연인 아츠카를 비롯한 그의 주변인물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빚어낸 결과입니다. 조선실록에도 다른 역사 기록에도 짧게만 나오는 김충선의 과거를 이 소설이 대신 채워준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와 이순신 장군의 만남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재미있는 역사소설입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