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하나가 자랄 때
김그루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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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

"근데 넌 운명을 믿어?"

파스텔 색조의 옷을 입은 여자가 뿔테안경을쓴 남자에게 물었다.

"난 그 사람이 운명이었다고 생각해. 다만 운명을 확신하고 내가 먼저 나선 게 문제였지. 그게 운명을 빗겨 가게 한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내가 가진 가능성을 이미 예전에 모두 잃어버렸단 걸 알았지." 

p.15 어떤 엔딩의 프롤로그


[낙엽 하나가 자랄 때]라는 제목은 낙엽이 떨어지기만 앞두고 있지 않은 것처럼 끝이라고 생각한 지점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걸 깨달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어떤 엔딩의 프롤로그'도 마찬가지의 뜻을 담고 있는 걸로 보이고요. 시적인 감성을 담은 제목들과 소개된 도입부를 통해 감각적이고 속도감있는 이야기가 기대되었어요.


'어떤 엔딩의 프롤로그'는 시를 길게 풀어낸 듯한 기분이 듭니다. 운명일 수 있었던 여자에 대해 '피어나'는 순간이거나 이제 막 아름다움을 피우고 지기 시작하는 순간 같던 여자라고 표현한 부분이 마음에 들었어요. 


나는 여전히 그녀와 나 사이에 어떤 운명이 있었다고 믿는다. 그 운명이 어떤 것인지 앞으로도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벚꽃잎 떨어진 자리에서 그녀를 다시 떠올려 봤다. 그날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p.18 어떤 엔딩의 프롤로그


제목과 같은 '낙엽 하나가 자랄 때'는 공원 저수지 매점 부부의 아이와 그곳에 자주 산책을 가는 노인의 이야기입니다. 아이의 부모가 그곳을 떠나면서 노인은 홀로 남게 되지요.


'황보 사영'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천재 화가, '지구가 멈추던 날에, 첫눈'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는 친구의 꿈, '일어났어'는 결혼얘기를 꺼내자 결별을 선언한 연인에 대한 그리움, '열두 시의 무대'는 짝사랑하는 여자를 따라다니는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중간중간에 있는 '...어느 날의 기록'은 단편 소설이라고 하기엔 짧은 시와 같은 글들입니다. 천천히 읽으며 생각할 수 있는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소설 내용과 연관되어 화자의 내밀한 감정을 말하는 듯 합니다. 이 글들의 내용이 좋아서 소설보다 더 반복해 읽게 되네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왜 나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나는 할 말이 없다. 

여전히 인간의 결정적 오류는 언어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림이나, 음악 같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p.92 ...어느 날의 기록


전체적으로 사랑, 외로움과 그리움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좀 짧은 분량에 격렬하다기보다 잔잔하고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었어요. 


* 이 리뷰는 지식과 감성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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