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의 밤으로 들어가는 책 한 권
이 책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이 살짝 설렜어요.
탄생 100주년, 서거 70주년 기념 전집이라는 말만으로도
괜히 더 정성스럽게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박인환 전 시집』은 우리가 교과서에서 만나던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만 모아둔 책이 아니에요.
명동의 밤, 전후 도시의 불안, 술집과 다방, 영화관과 골목길까지
한 시인의 삶과 감정이 통째로 담긴 시간 상자 같은 책이에요.
“아, 이래서 박인환이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솔직히 말하면,
박인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조금 쓸쓸하고 허무한 시인이었어요.
그런데 이 전집을 차분히 읽다 보니
그 허무가 그냥 감상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되었어요.
✔️ 전쟁을 겪은 도시의 불안
✔️ 급격히 변해가는 서울의 풍경
✔️ 사랑하지만 지켜내지 못한 감정들
✔️ 그래도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하루
이 모든 걸 도시적인 언어로, 솔직하게 써 내려간 사람이
바로 박인환이구나 싶었어요.
다시 만난 「목마와 숙녀」, 다르게 읽히더라고요
예전에 읽었을 때는
“어렵다”, “쓸쓸하다” 정도로만 느꼈던 「목마와 숙녀」가
이번에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어요.
이 시는 멋을 부린 시가 아니라
전쟁 이후를 살아가던 도시인의 마음을 그대로 꺼내 놓은 기록 같았어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지금의 우리에게도 잘 맞는 시처럼 느껴졌어요.
퇴근길 지하철에서
괜히 마음이 허전해지는 날 있잖아요.
그 감정이랑 참 많이 닮아 있었어요.
「세월이 가면」을 읽으며 괜히 마음이 조용해졌어요
이 시는 읽을 때마다 괜히 숨을 한번 고르게 돼요.
크게 울지도, 소리치지도 않는데 그 조용함이 더 오래 남아요.
사랑이 끝난 뒤의 마음을
이렇게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어요.
그리고 이 시가 시인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니
한 줄 한 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대표작 말고, 진짜 재미있는 건 ‘그 너머’였어요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 미수록 작품까지 포함된 전집 구성이라는 점이에요.
사회 참여적인 시, 전쟁 이후 소시민의 풍경,
여행과 이국적인 이미지, 자연과 계절을 노래한 서정시까지.
“아, 이 사람은 이렇게도 썼구나.”
“이런 감정도 품고 있었구나.”
하면서 읽는 재미가 정말 컸어요.
한 명의 시인을 여러 명 만나는 느낌이었어요.
영화를 사랑한 시인이라는 사실이 더 좋았어요
6부에 실린 영화 평론과 산문도 정말 인상 깊었어요.
시만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시대를 보고,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참 섬세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그의 시가 더 장면처럼 떠오르고
더 도시적으로 느껴졌나 봐요.
이 책은 이렇게 활용했어요
✔️ 한 번에 다 읽지 않았어요
✔️ 하루에 몇 편씩, 커피 옆에 두고 읽었어요
✔️ 마음에 드는 문장은 포스트잇으로 표시했어요
✔️ 명동을 지날 때 괜히 생각났어요
이 책은 공부처럼 읽기보다
도시를 산책하듯 읽는 게 딱 맞는 시집이에요.
지금, 다시 박인환을 읽는 이유
이 책을 덮고 나서
박인환이 왜 지금 다시 읽혀야 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불안하고, 확신 없고,그래도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지금의 우리랑 참 닮아 있었어요.
『박인환 전 시집』은 과거의 기념판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에게 건네는 시집 같아요.
명동의 밤 위로 시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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