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로봇 팔 좀 찾아 줘! - 2015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73
다케우치 치히로 지음, 김영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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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읽다 보면,

가끔은 이야기보다 그 여운이 더 오래 남는 책을 만날 때가 있어요.

《내 로봇 팔 좀 찾아 줘!》가 딱 그런 책이었어요.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참 동안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게 만들고,

조용히 마음을 건드리는 그림책이었어요.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색이 거의 없는 흑백 화면이었어요.

요즘 아이들 책은 알록달록한 색감이 익숙해서,

과연 흑백 그림책을 재미있어할까 살짝 걱정도 했어요.

그런데 그 걱정은 첫 장을 넘기자마자 사라졌어요.

단순한 선과 면으로만 이루어졌는데도 이상하게 시선이 오래 머물렀고,

장면 하나하나가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


로봇이 어느 날 아침,

팔 하나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돼요.

그 설정부터 아이는 바로 몰입했어요.

‘잃어버렸다’는 상황은 아이들에게 아주 익숙하면서도 긴장감을 주는 소재니까요.

로봇은 친구와 함께 집 안을 뒤지고, 마당을 나가고,

놀이공원과 도서관, 공장까지 계속해서 팔을 찾아다녀요.

장소가 바뀔 때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림 속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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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인 저는 옆에서 “어디 있을까?” 하고 묻기만 했을 뿐인데,

아이는 어느새 이야기를 읽는 독자에서 ‘함께 찾는 탐정’이 되어 있었어요.

이 책이 참 좋았던 건, 찾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는 점이었어요.

팔을 찾지 못할 때마다 친구가 다른 물건을

팔 대신 끼워 보자고 제안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포크, 빗자루, 연필, 우산…

아이의 눈에는 그 장면들이 꽤 웃기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깔깔 웃으면서 넘겼지만,

저는 그 순간 아이가 ‘팔의 역할’과 ‘있어야 할 자리’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


읽는 내내 아이는 점점 표정이 진지해졌어요.

계속 못 찾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엔

‘못 찾으면 어떡하지?’ 하는 마음이 스며든 듯했어요.

엄마 입장에서는 그 감정의 흐름이 참 소중하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결국, 로봇은 팔을 끝내 찾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요.

보통의 이야기라면 여기서 아쉬움이나 슬픔이 크게 남았을 텐데,

이 책은 조금 다르게 흘러가요.

로봇은 문득 지금 끼고 있는 포크 팔도 나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돼요.

​



 

그 장면에서 아이가 잠시 멈춰서 그림을 다시 들여다봤어요.

엄마인 저는 그 표정을 보며,

아이가 ‘없어도 괜찮을 수 있다’는 마음을

처음으로 천천히 받아들이는 중이라는 걸 느꼈어요.

누군가 말로 설명해 주지 않아도,

그림과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전해진 순간이었어요.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아주 조용해요.

“괜찮아”라고 크게 말하지도 않고, 교훈을 내세우지도 않아요.

그저 로봇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다르다고 해서 부족한 건 아니라는 생각에 닿게 돼요.

아이와 책을 덮고 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팔이 꼭 있어야 할까?”

“다른 걸로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 질문들 속에서 아이의 생각이 조금 더 넓어졌다는 걸 느꼈어요.


 

흑백 페이퍼 아트 특유의 깊이 있는 그림도 참 인상 깊었어요.

단순해 보이지만, 종이가 겹쳐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공간감 덕분에 장면마다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공장 장면은 아이도 저도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그 복잡한 기계들 사이 어딘가에 팔이 있을 것만 같아서요.


 


《내 로봇 팔 좀 찾아 줘!》는

소리 높여 웃기지 않아도,화려한 색이 없어도,

아이의 마음에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그림책이었어요.

아이와 함께 읽으며 조용히 웃고, 같이 찾고,

같이 받아들이는 시간을 선물해 준 책이에요.

완벽하지 않아도 반짝일 수 있다는 말을,

아주 다정한 방식으로 전해준 그림책이라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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