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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편을 가를까?
파루크 돈디 지음, 김지율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5년 12월
평점 :
📘 질문이 오래 남는 그림책
『왜 우리는 편을 가를까?』를 읽고
읽고 나서, 마음이 조용해졌어요
이 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조용해졌어요.
이야기가 크거나 자극적인 데서 오는 여운이 아니라,
아주 일상적인 장면에서 시작된 질문들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기 때문이에요.
조용한데 오래 남는 책이었어요.

평범한 마을에서 시작되는 낯섦
『왜 우리는 편을 가를까?』는
처음엔 정말 평범한 마을 이야기처럼 시작해요.
졸리턴이라는 조용한 마을에
낡은 트레일러와 함께 나타난 바이올린 연주자.
그저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어른들은 그를 경계하고,
소문을 만들고,
두려워해요.
이 과정이 참 익숙하게 느껴졌어요.
소문은 어떻게 두려움이 될까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돌고,
누군가는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점점 멀어지고, 배제돼요.
이 장면을 읽으면서
아이보다 어른들의 모습이 더 떠올라
조금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우리 일상과 너무 닮아 있어서요.

이 이야기의 중심은 어른이 아니에요
그런데 이 이야기의 중심은 어른이 아니에요.
카이, 레오, 설리.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그 사람을 ‘소문’이 아니라
‘사람’으로 바라봐요.
음악으로 연결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진짜 모습을 알아가요.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순간들
아이와 함께 읽다 보니
이방인을 향한 시선이
언제 두려움이 되고,
언제 혐오로 변하는지가
이야기 속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더라고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어요.

가짜 뉴스처럼 퍼지는 말들
특히 가짜 뉴스가 퍼지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책장을 천천히 넘기게 됐어요.
사실과 의견이 섞이고,
자극적인 말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너무 현실 같았거든요.
아이에게
“이건 가짜야”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야기만으로 충분히 느끼게 해주는 점이 좋았어요.
아이가 스스로 고민하는 순간
읽는 중간에
아이의 표정이 조금 달라지는 게 보였어요.
이야기 속 아이들이
왜 그렇게까지 나서는지
곰곰이 생각하는 모습이었어요.
아마도 누군가를 지키는 일이
특별한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순간,
아이 마음속에 작은 용기가 생긴 듯해서
엄마로서는 괜히 뿌듯했어요.

편견을 다루는 방식이 인상 깊었어요
이 책이 참 좋았던 이유는
편견을 ‘나쁜 것’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그게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 커지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그 흐름을
아이들이 스스로 멈춰 세운다는 점이
아주 인상 깊었어요.
편을 가르는 세상에서, 편이 되어주는 선택
누군가의 편에 선다는 게
꼭 다른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은 아니라는 것.
편을 가르는 세상에서도
서로의 편이 되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걸
이야기 속에서 조용히 말해줘요.
소리치지 않아서
더 오래 남았어요.

읽고 난 뒤, 달라진 하루의 태도
책을 덮고 나서
아이와 길게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어요.
그런데도
하루를 보내는 태도가
조금 달라 보였어요.
사람을 볼 때
한 번 더 생각하는 눈빛.
그게 이 책이 남긴 변화 같았어요.
답이 아니라 질문을 남기는 책
『왜 우리는 편을 가를까?』는
아이에게 답을 주는 책이 아니에요.
질문을 남기는 책이에요.
그리고 그 질문은
어른인 저에게도
똑같이 돌아왔어요.
“나는 지금, 어떤 편에 서 있을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의미 있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