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당신을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31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도휘경 그림, 양재희 옮김 / 북극곰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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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펼쳤을 때,

솔직히 말하면 조금 조용한 책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화려한 색도 없고, 설명도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몇 장 넘기지 않아 알겠더라고요.

이 책은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 더 크게 다가오는 그림책이라는 걸요.

《삶이 당신을》은 흑백 그림으로만 이루어진 시그림책이에요.



엄마 늑대와 아기 흰뺨기러기라는,

어쩌면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존재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이어져요.

자연은 가혹하고, 선택은 쉽지 않고, 삶은 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요.

그런데도 이 책은 이상하게 차갑지 않았어요.

오히려 조용히 곁에 앉아 등을 토닥여 주는 느낌이었어요.


아이와 나란히 앉아 읽었는데, 처음엔 그림만 한참 바라보더라고요.

말이 적은 책이라 오히려 아이의 표정과 숨소리가 더 잘 느껴졌어요.

페이지를 넘길수록 아이도 자연스럽게 집중했고,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엔

“조금 슬픈데, 그래도 괜찮은 이야기 같아”라는 마음이 전해졌어요.

직접 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그림이 남긴 여운이 아이 마음에도 닿았다는 게 느껴졌어요.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그림과 시가 따로 놀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도휘경 작가의 그림 위에 푸시킨의 시 「삶이 당신을」이 얹혀 있는데,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요.

시가 그림을 설명하지 않고,그림도 시를 끌고 가지 않아요.

그냥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흑백이라는 색감도 참 인상 깊었어요.

아이도 “색이 없는데 더 잘 보이는 것 같아”라는 느낌을 전해줬는데,

아마 감정에 더 집중하게 만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기쁘고, 슬프고, 아프고, 그래도 살아가는 마음들이

색 없이도 충분히 전달되더라고요.

이 책은 아이에게 교훈을 주려고 애쓰지 않아요.

그래서 더 좋았어요.

“이건 이런 뜻이야”라고 말하지 않아도,

아이 나름대로 느끼고 받아들이게 두는 책이거든요.

엄마인 저는 옆에서 같이 읽고, 같은 장면에서 잠시 멈추고,

같은 여운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어요.


 


그림책이지만 가볍지 않고,

어렵지 않지만 얕지 않은 책이에요.

아이와 함께 읽었지만,

읽고 난 뒤 오래 생각하게 되는 건 오히려 어른인 저였어요.

《삶이 당신을》은

아이에게는 감정을 느끼는 경험을,

어른에게는 삶을 다독이는 위로를 건네는 그림책이에요.

조용히 읽고, 천천히 덮고,

마음에 오래 남는 책을 찾고 있다면 이 그림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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