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저 역시 ‘극혐’이라는 말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어요.
싫다는 감정을 조금 세게 표현하는 말, 요즘 많이 쓰는 말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아이도 마찬가지였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영상 댓글에서,
그냥 흔히 보던 말이었지요.
《나는 네가 싫어 : 혐오, 누군가를 공격하는 말》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해요.
“이게 다 혐오 표현이라고요?”라는 질문처럼요.
너무 익숙해서, 너무 자주 써서 오히려 생각해 보지 않았던 말들에 대해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짚어 줘요.
책 속 이야기는 거창하지 않아요.
노 키즈 존, 아파트 임대동, 특정 사람을 배제하는 말들,
그리고 ‘싫다’라는 감정이 어떻게 혐오로 바뀌는지 일상적인 장면으로 보여줘요.
그래서 아이도 어렵지 않게 읽어 내려갔고, 읽는 동안 자꾸 멈춰서 생각하더라고요.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혐오 표현이 꼭 화를 내거나 공격하려는 마음에서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장난처럼, 농담처럼, 유행어처럼 쓰인 말이 누군가에게는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책이 차분하게 알려줘요.
아이도 읽으며 “그냥 따라 썼던 말인데…”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 말이 엄마인 제 마음에도 오래 남았어요.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아이를 혼내듯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이 말은 나빠”라고 단정하기보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이건 표현의 자유일까, 공격일까?”
이렇게 질문을 던져요.
아이 역시 읽고 나서, 말이라는 게 생각보다 큰 힘이 있다는 걸 느낀 듯했어요.
앞으로 말을 고르겠다는 다짐을 크게 말하진 않았지만,
대신 한동안 쓰던 표현을 조심스럽게 멈추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 변화가 이 책이 남긴 가장 큰 선물 같았어요.
부모인 저에게도 이 책은 돌아보는 시간이었어요.
아이에게 말 조심하라고 하기 전에,
내가 쓰는 말은 괜찮은지,
웃자고 던진 말이 누군가를 밀어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나는 네가 싫어》는 혐오를 다루지만, 분위기는 차갑지 않아요.
오히려 따뜻하게, 함께 고민해 보자고 손을 내미는 책이에요.
아이와 나란히 읽고, 각자 다른 마음으로 같은 질문을 품게 되는 책이었어요.
요즘 아이가 쓰는 말이 조금 걱정될 때,
혹은 어른인 내가 먼저 돌아보고 싶을 때,
조용히 꺼내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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