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다 하다 앤솔러지 4
김엄지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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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투명 커버에 이끌려 시작된 조용한 독서 여행

이 책은 처음부터 제 취향을 완전히 저격했어요.

표지가 너무 예뻐서요.

반투명 커버가 너무 예쁜 거예요.

빛이 비치면 몽글하게 흐려지는 느낌, 그 사이로 비치는 본표지의 색감…

책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책 있잖아요.

그런데 웃긴 건, 표지에 반해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내용 때문에 더 오래 마음에 남게 된 책이라는 점이에요.



 

🎧 ‘듣다’라는 단어가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니

『듣다』는 다섯 명의 작가가 한 주제를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글을 쓴 앤솔러지예요.

사람이 여러 명이지만, 신기하게도 책 전체에는 조용한 긴 호흡이 흐르고 있어요.

각기 다른 목소리지만 ‘듣는다는 것’의 본질이 서로 연결되어서

읽는 동안 제 마음도 어느새 잔잔하게 정돈되는 느낌이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저는 ‘듣다’라는 행동에 대해

여러 번 생각을 멈추고 다시 하게 됐어요.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소리와 말, 감정들을 듣고 있는지,

또 동시에 얼마나 많이 놓치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달까요.


🍃 마음의 작은 소리까지 들으려면

책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떠오르던 감정은

“아, 듣는다는 건 단순한 게 아니구나.” 라는 깨달음이었어요.

우리는 보통 ‘듣는다’고 하면 그냥 소리가 들리는 걸 떠올리는데,

사람 사이에서는 그게 절대 전부가 아니잖아요.

사람의 말 뒤에 숨어 있는 미묘한 감정,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내면의 목소리,

말로 표현되지 않아서 더 크게 울리는 침묵의 의미까지…

이 모든 것이 사실 ‘듣는 과정’에 포함된다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평소에 누군가 이야기를 할 때

딱 필요한 내용만 듣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소리가 아닌 마음을 듣는 일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게 되었어요.

누군가의 말투, 숨 고르는 순간, 말끝에 걸린 hesitation 같은 것들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제가 제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일도 한동안 잊고 있었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 조용하고, 잔잔하고, 그런데 은근히 깊게 파고드는

『듣다』 안의 이야기들은 모두 분위기가 달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마치 낮은 볼륨의 음악이 흐르는 방에서 읽는 느낌이에요.

감정이 과하게 부풀지 않고,

천천히 마음속에 스며드는 그런 서정적인 기운이 있어요.

그 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듣기’라는 행위를 통해 인물들이 서로의 관계를 다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었어요.

그게 어쩐지 제 삶에도 그대로 번져오는 느낌이었어요.

저도 읽는 동안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의 말투가 떠오르기도 하고,

괜히 오래전 누군가에게서 들었던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려오기도 했어요.

책을 읽을 때 그런 순간 있잖아요.

소설 속 누군가의 문장이 갑자기 내 이야기처럼 치고 들어오는 그런 순간.

바로 그런 감정들이 이 책에 꽤 많아요.


 



🌱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듣는 일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소리가 없는 소리”에 대한 이미지였어요.

너무 익숙해져서 더 이상 들리지 않는 소리, 멀리 있어서 도달하지 못하는 소리,

이미 지나가서 다시는 들을 수 없는 소리,

그리고 말로 표현되지 못한 마음의 소리까지.

그런 ‘무형의 소리’들이

이 책 전체를 잔잔하게 흐르는 공기 같은 느낌을 만들어줘요.

그리고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제 마음도 조용해지더라구요.

요즘 세상에서는 말을 너무 많이 하잖아요.

말도, 글도, 정보도 넘쳐요.

그 사이에서 ‘내 안의 작고 조용한 목소리’는

정말 쉽게 묻히고 잊혀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이 책은 소란스러운 마음을 잠시 쉬게 해주는

작은 쉼표 같은 느낌도 있었어요.


 


📚 ‘읽었다’보다 ‘들었다’라고 말하고 싶은 책

『듣다』를 다 읽고 나니

정말 책의 제목이 너무 찰떡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을 읽은 게 아니라

각 인물들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조용히 ‘들었다’는 기분이더라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에는 예뻐서 고른 책이었는데

내용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아서

책장 앞을 지날 때마다 괜히 한 번씩 쓰다듬게 되는 책이 되었어요.

반투명 커버는 여전히 너무 마음에 들고,

책이라는 물건 자체가 하나의 작은 오브제처럼 느껴져서

읽는 동안의 경험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어요.


 

💛 결론

잔잔하고 따뜻한 문장들 속에서

제가 잊고 있던 작은 소리들을 다시 듣게 된 책이었어요.

하루가 떠들썩하고 정신없을 때,

마음이 조금 쉬고 싶을 때

다시 펼쳐 읽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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