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가 - 23년간 법의 최전선에서 진실과 거짓을 가려온 판사 출신 변호사의 기록
정재민 지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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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체험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요즘 들어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 지는듯 하네요.

살다 보면 누군가에게 배신당한 기억이 한두 번쯤은 있잖아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인생의 각 시기마다 꼭 한 명씩 ‘친구’에게 상처받은 기억이 있어요.

초등 때는 친한 친구가 제 비밀을 다른 친구에게 다 말해버렸고,

중학교 때는 친했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다른 무리에 들어가 저를 피하더라고요.

대학교 때는 믿었던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연락이 끊겼고요.

회사에서는 제가 도와줬던 동료가

제 아이디어를 자기 이름으로 보고서에 올린 적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내가 문제인가? 내가 너무 순진한가?” 싶었어요.



그래도 아이에게도 늘 이렇게 말해요.

“친구한테는 진심으로 대해야 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으론 늘 걱정돼요.

‘우리 아이도 언젠가 친구한테 배신당해서 마음 다치면 어쩌지…’

그런 마음을 안고 이 책,『사람을 얼마나 믿어도 되는가』를 펼쳤어요.

판사 출신 변호사인 정재민 저자가 법정과 구치소,

변호사 사무실을 오가며 느낀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인상 깊었던 건,

저자가 ‘의심의 기술’보다 ‘현명하게 믿는 기술’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부분이에요.

저자는 부모님이 사기꾼 의사에게 속아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일을 이야기하면서,

“정의를 믿었던 내가, 그 믿음이 흔들릴 만큼 무너졌던 순간”을 고백해요.

그럼에도 그는 끝내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해요.

저는 그 대목에서 한참을 멈췄어요.

사기를 당해도, 배신을 당해도,

여전히 믿음을 택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 잘 아니까요.

‘믿음은 위험하지만, 믿음만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문장은

제 마음을 오래 붙잡았어요.


 


책 속에서 저자는 변호사 일을 ‘대리운전’에 비유해요.

의뢰인을 뒷좌석에 태우고,

그가 원하는 곳까지 믿음을 가지고 함께 가는 일이라고요.

그 말이 참 멋졌어요.

누군가의 인생의 조수석에 앉아 주는 일,그 자체가 사람을 믿는 일이니까요.

“사는 듯 살기 위해서는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이 문장이 제 마음에 딱 와닿았어요.

요즘처럼 관계가 피곤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자꾸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진짜 삶은,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며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요?


 


이 책을 덮고 나서,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어요.

‘그래, 나는 너무 많이 의심하고 있었구나.’

누군가를 믿는다는 건 분명 위험한 일이지만,

그래도 그 위험을 감수하는 게 인간다운 일이라는 걸요.

우리 아이가 친구에게 상처받을까봐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

그 마음 속엔 사실 “아이도 결국 믿어야 성장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겠죠.

저도 이제는 “의심하지 말고, 다 믿어라”가 아니라

“조금은 현명하게, 그러나 용기 있게 믿어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이 책은 단순히 법정 이야기나 사건 기록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신뢰의 복원기록이에요.

읽는 동안 제 마음도 조금씩 녹아내렸어요.

불신으로 꽁꽁 얼어 있던 마음이,

‘그래도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바뀌었거든요.

결국 믿음이란, 상처받더라도 다시 시도해보는 용기이지요.

저처럼 ‘사람에게 자꾸 실망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믿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해요.

읽고 나면, 마음이 조금 단단해지고…

다시 한 번 누군가를 믿어볼 용기가 생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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