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아, 우울해? - 침몰하는 애인을 태우고 우울의 바다를 건너는 하드캐리 일상툰
향용이 지음 / 애플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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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문득문득 제 마음을 돌아보게 돼요.

출산 이후 몸과 마음이 조금씩 무거워졌던 그 시절을 지나며,

이제는 많이 괜찮아졌다고 믿었는데도

어쩐지 이유 없이 움츠러드는 날들이 있었어요.

그런 제게 《상봉아, 우울해?》는 우연처럼 다가왔지만,

마치 지금 이 시기를 위해 기다리고 있던 책처럼 느껴졌어요.



💭 평범한 하루에 스며든 우울의 그림자

이 책에는 오래된 연인이 등장해요.

늘 믿음직스럽고 성실하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져버립니다.

하루 종일 잠을 자거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날이 이어지죠.

그 곁에서 저자는 ‘이 사람을 어떻게 도와야 하지?’보다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지?’를 고민해요.

이 단순하지만 깊은 질문이 책의 중심이자, 저에게도 큰 울림이었어요.

누군가 힘들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해결사가 되려 하잖아요.

조언을 건네거나, 상황을 바꾸려 하거나.

하지만 이 책 속의 연인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그저 같은 공간에 머물며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함께 시간을 흘려보내요.

그 모습이 참 따뜻했어요.

출산 후 감정이 요동치던 시절, 아이가 제 손을 꼭 잡던 그 온기가 떠올랐거든요.

그게 바로 ‘같이 머물러주는 사랑’이라는 걸,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네요.



 


🌸 우울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것

이 책은 우울을 질병처럼 다루지 않아요.

그저 삶에 스며든 감정의 한 조각으로 받아들여요.

서로가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다시 어떻게 웃음을 찾아가는지 천천히 보여주죠.

두 사람은 싸우기도 하고, 무기력한 하루를 보내기도 하지만,

그 안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무너지는 순간에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게 이 책이 전하는 조용한 위로예요.

저 역시 그동안 ‘빨리 괜찮아져야 한다’는 조급함 속에 살았어요.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읽으며 깨달았어요.

‘나아지지 않아도, 나로서 괜찮다.’ 그 말이 마음속을 오래도록 맴돌았어요.


 


☀️ 책을 덮고 난 뒤

책을 덮자마자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어요.

“나는 요즘 나를 얼마나 잘 돌보고 있을까?”

아이를 돌보는 일상 속에서도,

가끔은 내 마음의 온도를 재보는 게 필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조금 우울해도 괜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괜찮아요.

《상봉아, 우울해?》는 그런 나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책이에요.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어요.

관계의 힘은 ‘지켜보기’에서 시작된다는 걸요.

저자는 남자친구의 우울을 ‘고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저 ‘함께 살아가야 할 현실’로 받아들여요.

저도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결국 그런 ‘지켜보기의 사랑’이라는 걸 느꼈어요.

울 때는 같이 울고, 웃을 땐 함께 웃고, 그 속에서 관계는 조금씩 단단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알게 됐어요. 우울은 비극만은 아니에요.

그 속에도 여전히 웃음이 있고,서로를 향한 다정이 남아 있다는 걸요.



 

🌙 나를 발견하게 되는 시간

책 속 향용처럼, 저도 ‘엄마가 되기 전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썼어요. 이 책은 그 과정을 응원해주는 친구 같았어요.

육퇴후,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나는 지금 괜찮은가?” 대신

“나는 지금 잘 버티고 있는가?”라고 물어봤어요.

그 순간, ‘지금 이대로 괜찮음’을 내게 허락할 수 있었어요.

우울감이 다시 찾아올까 두려웠던 나에게

이 책은 “괜찮아, 그래도 돼”라고 말해주는 듯했어요.


 

《상봉아, 우울해?》는

우울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책이에요.

연애와 동거, 그리고 아픔을 함께 다루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인간미가 가득해요.

저처럼 출산 후 마음이 흔들렸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받을 거예요.

우울하지 않아도,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으니까요.

오늘도 아이가 옆에서 고요히 잠든 모습을 보며 조용히 속삭여봅니다.

“그래, 지금 이대로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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