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해적
시모다 마사카츠 지음, 봉봉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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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독특한 그림책을 만났어요.

제목부터 낯설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죽은 해적>.

사실 ‘죽음’을 다룬 책이라고 해서

음엔 아이와 함께 읽어도 괜찮을까 잠시 망설였는데,

막상 펼쳐보니 무겁다기보다 유머와 상상력이 섞여 있어

전혀 겁먹을 필요가 없었어요.

오히려 아이와 함께 웃으며 읽고,

책장을 덮고 나서도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더라고요.




이야기는 한 해적이 싸움 끝에 칼에 찔려 바다에 던져지면서 시작돼요.

바닷속으로, 바닷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 해적에게

물고기들이 다가와 이것저것 달라고 해요.

모자도, 이도, 손톱도, 심지어 눈과 머리카락까지!

처음엔 절대 못 주겠다고 버티던 해적이 조금씩 내어주고,

결국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다 나눠주게 되죠.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 빼앗기고 나서야 해적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져요.

바다 밑바닥까지 스며든 햇빛을 바라보며

"여기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라고 생각하는 장면은

어쩐지 잔잔한 울림을 주었어요.

아이랑 읽을 때는 분위기가 전혀 무겁지 않았어요.

오히려 물고기들이 해적에게 “이것도 내놔!” 하고 조르는 장면에서 깔깔 웃었고,

해적이 하나씩 내주며 변화하는 모습에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책장을 넘기더라고요.






그러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한참을 멍하니 보더니,

"다 없어졌는데도 해적이 웃고 있네"라는 식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그 말이 참 인상 깊었어요. 아이는 단순히 장면 그대로를 본 것이지만,

저는 그 안에서 ‘비워낼 때 오는 평화’라는 메시지를 읽었거든요.





이 책의 매력은 그림에도 있어요.

페이지를 꽉 채운 개성 넘치는 일러스트는

글을 읽지 않아도 이야기를 따라가게 만들어요.

특히 오른쪽 페이지에서

해적이 점점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아이가 “영상으로 보면 재미있겠다”고 말했는데,

정말 애니메이션으로 나오면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덮고 나서 저는 자연스레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나누는 게 참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우리가 남긴 것들이

다른 이들에게 이어진다는 걸 잔잔하게 전해 주거든요.



아이는 단순히 "해적이 다 줬다"는 데 집중했지만,

저는 "그래, 결국 나눔이란 건 이렇게 남는 거구나" 하고 느꼈답니다.

<죽은 해적>은 조금은 기묘하지만 결코 무섭지 않은, 따뜻한 그림책이에요.

웃으면서 읽다가도 마음속에 여운을 남기는 책.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삶과 나눔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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