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풍뎅이 호텔 - 2025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마누 몬토야 지음, 김윤정 옮김 / 머스트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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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보다 중요한 것, 마음을 나누는 일

📖 『장수풍뎅이 호텔』 | 마누 몬토야 지음 | 머스트비

요즘 아이와 책을 읽다 보면,

이야기보다도 그 안에서 전해지는 ‘태도’나 ‘마음’을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장수풍뎅이 호텔』은 그런 의미에서 꽤 특별했어요.

단순한 곤충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치 작은 사회를 들여다보는 것 같더라고요.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그림의 생동감에 먼저 시선이 사로잡혔어요.

알록달록한 곤충들이 짐을 들고 호텔로 향하는 모습은 마치

여행을 앞둔 사람들처럼 들떠 있었고,

그 기대감은 고스란히 선아에게도 전해졌는지

“여기 진짜 호텔 같아!” 하며 눈을 반짝였어요.



 




🏨 완벽하지만 ‘딱딱한’ 호텔

장수풍뎅이 씨가 운영하는 호텔은 규칙으로 꽉 짜여 있어요.

어찌 보면 질서 정연하고, 모두가 평등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공간처럼 보였죠.

그런데 꿀을 먹고 싶은 꿀벌,

노래하고 싶은 매미처럼 ‘자기답게’ 쉬고 싶은 곤충들에게는

이 규칙이 오히려 족쇄처럼 느껴졌어요.

이 책이 흥미로운 건,

그 갈등을 아이의 시선으로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선아도 “왜 매미 노래 못 하게 해?”라고 물었거든요.

그 질문 하나에,

아이가 이미 규칙의 불편함과 개성의 가치를 느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 고집이 꼭 나쁜 걸까?

장수풍뎅이 씨는 규칙을 바꾸자는 손님들의 말에 화를 내고 호텔을 떠나버립니다.

처음엔 ‘그 정도로 화낼 일인가?’ 싶었지만,

책을 계속 읽다 보니 어느새 이해가 되더라고요.

그 역시, 그 규칙 안에서 자신을 증명해온 존재였으니까요.

그러니 쉽게 바꾸는 일이 얼마나 무서울지,

얼마나 위협적으로 느껴졌을지를 어른인 저는 더 깊이 공감하게 되었어요.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면서도,

오랫동안 지켜온 무언가를 버리는 건 어른에게도 참 어려운 일이잖아요.



 

🐛 벌레들이 만든 따뜻한 연대

놀라운 건, 장수풍뎅이 씨가 변태를 앞두고 혼자 고통스러워할 때

손님들이 먼저 손을 내민다는 점이었어요.

자신들의 편안함을 위해 싸우기만 하던 이들이,

이제는 누군가의 아픔을 위해 ‘함께’하는 존재로 바뀌죠.

이 장면에서 선아는 “우와, 껍질이 벗겨졌어!”라며

장수풍뎅이의 변화를 신기해했지만

저는 ‘사람도 저렇게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 장수풍뎅이 씨는 그들의 도움 덕분에 진짜로 ‘변화’를 맞이합니다. 외모도, 성격도,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도요.



 

💡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

이 책은 아이에게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곤충 이야기지만

어른인 저에게는 공동체, 유연성, 존중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품고 다가왔어요.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마지막 장의 ‘벌레 안내서’.

벌레 하나하나의 특징과 설명이 정리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참 좋았어요.

또한, 아이가 직접 자기만의 벌레를 상상해보는 공간도 있어서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 놀이로도 자연스럽게 확장되더라고요.


 


🌈 함께 바뀌는 이야기, 함께 자라는 마음

『장수풍뎅이 호텔』은 공동체 안에서의 나,

나의 생각과 남의 감정을 동시에 바라보게 하는 따뜻한 그림책이에요.

선아는 이 책을 덮고 난 후 이렇게 말했어요.

“이제는 매미 노래하게 해줘서 다행이야!”

그 말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았어요.

우리가 누군가를 이해하는 건 아주 거창한 일이 아니라,

그저 그의 마음을 한 번쯤 ‘노래할 수 있게’ 허락해주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규칙은 때로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아는 마음.

이 책은 그 귀한 마음을 조곤조곤 전해줍니다.


부드럽고도 단단하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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