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씨의 첫 손님
안승하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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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줄게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반달 씨의 첫 손님』을 덮은 순간, 아이와 저는 말없이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마음속 어디선가 조용히 빛나는 감정이 피어나고 있었거든요.

이 책은 안승하 작가의 작품으로,

낯선 도시에서 꿀을 구하기 위해 살아가는 ‘반달 씨’와,

그의 곁을 지키는 고양이,

그리고 아이 사이에 피어나는 아주 특별한 관계를 그리고 있어요.

한편으로는 아련하고, 또 한편으로는 포근한 위로를 안겨주는 이 그림책은,

아이의 마음에도 조용히 잔잔한 파장을 남긴 듯했습니다.



🐾 관계의 시작, 라일락 향기 가득한 밤

책은 라일락 향기 가득한 여름밤, 도시 공원으로 향하는 곰 ‘반달 씨’의 모습으로 시작돼요. 그의 손엔 나무로 직접 만든 인형들이 들려 있고, 마음속엔 가족에게 줄 꿀을 얻기 위한 작은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와 비슷한 외로움을 품은 고양이도 같은 시간, 공원에 도착하고요.

이 낯선 도시에서의 고요한 밤은,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는 따뜻한 장면이 됩니다.

사람들로부터 무심히 스쳐 지나가던 반달 씨에게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다가온 ‘첫 손님’, 아이.

그 만남은 서로를 향한 작은 신호이자, 우정의 시작이었죠.



🐻 “숨기고 싶었던 모습도 괜찮아”

책의 중반부로 가면, 반달 씨가 애써 감춰왔던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발톱을 숨기고, 하품할 때마다 입을 가리며 정체를 감추던 반달 씨는 실수처럼 그 본능을 드러내고 말아요.

예전 사람들에게 쫓겼던 기억이 되살아나며, 그는 다시 움츠러듭니다.

하지만 고양이와 아이는 다릅니다.

아이의 편지와 그림, 고양이의 조용한 동행은, 말 없이도 반달 씨를 감싸안습니다.

그 따뜻한 마음은 결국 반달 씨에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를 선물해요.

이 장면에서 선아는 책을 덮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게 진짜 친구인가 봐.”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아이의 짧은 말에서,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진심이 그대로 전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 우리는 서로의 쉼터가 되어

계절이 흐르고, 반달 씨는 가족이 있는 숲으로 돌아갑니다.

그가 떠난 자리엔 남은 고양이와 아이가 서로의 새 가족이 되어 함께합니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 되고,

책장을 덮은 후에도 아이는 “다시 만났으면 좋겠어”라며 상상 속 속편을 그려나갔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우정 이야기만이 아니라,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예요.

다정함, 용기, 믿는 마음.

세 친구가 주고받은 그 감정들이 독자에게도 온전히 전달됩니다.



🌱 그림책 그 이상의 선물

『반달 씨의 첫 손님』은 감성적인 스토리뿐 아니라, 마커와 색연필, 콩테로 그려낸 따뜻한 그림들이 책의 분위기를 한층 더 부드럽고 깊게 만들어 줍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어딘가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이 차분하게 스며드는 느낌이었어요.

우리 아이에게도, 엄마인 저에게도 ‘진심이 닿는 방법’을 다시금 되새겨준 책입니다.

혼자라고 느껴질 때, 곁에 있는 누군가가 미안해질 때,

이 책을 다시 꺼내어 꼭 안아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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