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구멍 웅진 세계그림책 276
존 도허티 지음, 토마스 도커티 그림, 김여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틀은 어디 갔을까?”

이 책은 그렇게 시작되었어요.

선아와 함께 첫 장을 넘겼을 때부터, 우리는 무언가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거라는 예감을 했습니다.

거북이 버틀과 토끼 허틀.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허틀이 말도 없이 사라지고 말죠.

그리고 남겨진 건 허틀의 모양을 꼭 닮은 텅 빈 토끼 구멍 하나.

그 구멍은 마치 허틀이 떠난 뒤 생겨난 마음속 허전함 같았습니다.



이별이 찾아오는 순간, 우리는 어떤 감정을 겪게 될까

아이들과 ‘이별’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어려운 감정을 아주 조심스럽고도 따뜻하게 꺼내 보여줍니다.

버틀은 처음에는 허틀이 사라진 현실을 믿을 수 없어해요.

숲 곳곳을 뒤지며 허틀을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에 점점 분노, 절망, 혼란을 겪게 되죠.

이 모습은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소중한 존재를 잃었을 때 겪는 감정의 순서와 닮아 있어요.

선아도 이 장면을 읽으면서 많이 조용해졌어요.

아마 그 구멍의 모양을, 자기도 모르게 한 번쯤 마음속에서 느껴봤던 게 아닐까 싶었어요.



슬픔을 부정하지 않고, 천천히 들여다보는 연습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슬픔을 피해 가지 않고 ‘함께 걸어가는 방식’을 알려준다는 거예요.

버틀은 허틀과의 추억을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함께 물놀이하던 날들, 별을 보며 웃던 순간들, 어깨를 내어주던 밤.

이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를 때, 신기하게도 허틀 모양의 구멍이 무지갯빛으로 채워지기 시작해요.

구멍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따뜻한 기억으로 반짝이죠.

이 대목에서 선아는 책을 덮고 나서 “구멍이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알게 됐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말이 가슴에 오래 남았어요.

아이에게 상실을 숨기지 않고, 감정을 들여다보는 힘을 키워주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없이 손을 잡아주는 책

책 후반부에는 또 다른 등장인물 ‘게르다’가 나와요.

게르다 역시 비슷한 상실의 아픔을 겪은 친구예요.

게르다와의 만남은, 누군가와 아픔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줘요.

우리도 어른이 되어가며 수많은 이별을 겪지만,

그때마다 이토록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책을 만났다면 훨씬 덜 외롭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감정을 모른 척하지 않고, 껴안는 연습

《내 마음의 구멍》은 아이에게 감정을 껴안는 법을 알려주는 그림책이에요.

기쁨만이 좋은 감정이 아니듯, 슬픔도 외로움도 우리가 꼭 마주해야 할 내 마음의 한 부분이라는 걸

이 책은 참 예쁘고 조용하게 알려줍니다.


어쩌면 어른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그림책이었어요.

책을 다 읽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무지갯빛처럼 따뜻하게 빛나는 걸 느끼실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