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따라 열두 달 여행 - 사진작가 위드선샤인이 추천하는 국내 여행지 90
박선영(위드선샤인) 지음, 박선영(위드선샤인) 글.사진 / 푸른향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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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노래를 품은 여행 달력

올해 여름은 유난히 뜨겁습니다.

햇살은 눈부시지만 바깥 공기마저 숨이 막히는 듯한 날들.

그럴수록 마음 한켠에서는 “지금 여행을 떠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갈증이 피어났지요.

하지만 『꽃길 따라 열두 달 여행』을 만나고 난 뒤,

저는 무작정 떠나는 여행 대신

계절의 속삭임을 기다리는 여행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여행지 소개서”가 아니라, 마음을 환하게 밝히는 여행 달력 같아요.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사계절의 빛과 향기가 그대로 흘러나옵니다.

1월의 덕유산 눈꽃, 3월의 매화 향기, 6월의 수국 물결,

9월의 코스모스와 억새, 10월의 구절초와 천일홍…

그 계절이 아니면 절대 만날 수 없는 찰나의 아름다움들.



꽃으로 쓴 계절의 시, 사진으로 엮은 풍경의 노래

책속 사진을 바라보고 있으면,

카메라 너머의 설렘이 제 마음까지 전해집니다.

햇살 한 줌에도 빛나는 꽃잎,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

일몰 속에서 반짝이는 은행나무 잎사귀.

마치 그림책처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숨이 멎을 만큼 투명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매력은 사진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글 속에는 장소의 역사, 계절의 스토리,

그리고 여행자가 느낄 수 있는 작은 감정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찾는다면 목련이 핀 용산공원으로 가보세요.”

“5월의 크리스마스를 보고 싶다면 대전 들의공원 이팝나무가 기다리고 있어요.”

이 짧은 안내는 마치 친구가 귓속말로 들려주는 비밀 여행 팁처럼 따뜻합니다.


 

꽃의 언어를 배우다

이전까지 제 여행 패턴은 참 단순했어요.

봄이면 벚꽃, 가을이면 단풍.

하지만 이 책은 “이 세상에는 더 많은 색이 존재한다”는 걸 알려줬습니다.

청보리, 샤스타데이지, 배롱나무꽃, 이팝나무, 수레국화, 핑크뮬리, 천일홍…

꽃의 이름을 하나씩 배우다 보니,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깊어졌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꽃이 예쁘다”가 아니라,

“저건 지난여름의 기억을 닮은 배롱나무꽃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듯 합니다.

꽃과 계절이 제 마음에 말을 걸어오는 느낌,

그 감각이 참 낯설고도 사랑스럽습니다.


 



더위를 참고 기다리는 이유

사실 요즘은 너무 더워서 멀리 떠날 엄두가 나질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며 마음속 여행 계획표를 차곡차곡 접어두었습니다.

“9월이 오면 코스모스를 보러 안성팜랜드로,

10월이면 구절초와 천일홍이 흐드러지는 나리공원으로.”

그날이 오면, 책에 접어 둔 포스트잇을 그대로 들고 떠날 생각입니다.

여행이란 결국 계절의 리듬을 따라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지금의 기다림도, 그 설렘도 모두 여행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책이 남긴 선물

이 책이 제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은 “사계절을 더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추어 주변의 꽃과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

매달 한 장씩 넘겨보는 여행 캘린더처럼,

제 마음도 계절에 맞춰 천천히 움직이게 됩니다.



 

『꽃길 따라 열두 달 여행』은 여행지를 알려주는데 그치지 않고

“지금의 계절을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요.

다가오는 가을, 억새가 바람에 흩날리고 코스모스가 고개를 끄덕일 때,

저는 분명 이 책을 떠올리며 길을 나설 것입니다.

그때는 분명, 지금보다 더 좋은 여행자가 되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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