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타의 조선 도공 백파선 봄봄 문고 9
한정기 지음, 김태현 그림 / 봄봄출판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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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흙처럼 단단했던 백파선의 삶을 따라가며

도자기를 참 좋아해요. 유려한 곡선과 따뜻한 색, 두 손으로 꼭 감싸 쥐면 전해지는 정성. 그런데 도자기 하나에 담긴 ‘이야기’는 그보다 더 깊고 놀라운 것 같아요. 이 책 『아리타의 조선 도공 백파선』을 펼치며 저는 다시금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조선의 흙을 안고 일본 땅에 뿌리를 내리다

경남 김해의 감물마을, 그곳은 백파선(덕선)의 고향입니다. 평범한 도공의 아내였던 그녀는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의 폭풍 속에 일본으로 끌려갑니다. 이 책은 그저 ‘끌려간 사람’이 아닌, 그곳에서 새로운 도자기를 빚어낸 ‘창조자’로서의 그녀를 조명합니다.

일본의 흙은 조선과 달랐고, 가마도 달랐고, 사람들의 눈높이도 달랐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실패해도 다시 만들었어요. 그 고집과 열정이 결국 ‘아리타 도자기’의 시작점이 되었다는 사실, 너무 감동적이지 않나요?


 



👩🏻‍🦳 이름 없는 이의 이름, ‘백파선’

선아가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반응한 부분은 바로 ‘백파선’이라는 이름이었어요. “엄마, 이름이 진짜 백발의 선인 같아.” 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책장을 덮을 즈음에는 **“이름을 지켜준 것도 고마운 일일 것 같아”**라고 속삭이듯 말하더라고요.

그 짧은 말 속에 아이가 느낀 백파선의 인생이 모두 담긴 듯했어요. 그녀의 이름은 원래 ‘덕선’이었지만, 일본에서의 삶 속에서 ‘백파선’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남게 되죠. 역사의 기록엔 많이 남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녀는 다시 ‘이름 있는 사람’으로 살아납니다.



 

💔 실향민의 삶, 낯선 땅에서 꽃피운 예술

도자기를 만들며 고향을 그리워하던 백파선의 심정을 읽으면서, 저는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리움으로 흙을 만지던 마음, 그것이 작품 속에서 묻어났겠죠.

아이도 그 장면에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어요. 아마도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이라는 개념은 익숙지 않았을 텐데, 그 슬픔이 손끝으로 전해졌던 모양이에요.


 


🌸 백파선에게 배우는 진짜 어른의 단단함

흙은 정성을 들일수록 단단해진다고 하지요. 백파선도 그러했습니다. 남편 김태도의 죽음, 일본 내에서의 위기, 사기장들 간의 갈등, 도자기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 드는 수많은 실패와 시련… 그 모든 걸 품고 버텨낸 단단함.

무엇보다, 백파선은 자기 기술이 일본 근대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오늘도 도자기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을 뿐이에요. 저는 그 자세에서 ‘진짜 어른’의 품격을 느꼈습니다.


 


🌾 역사를 새로 쓴 여성,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다

『아리타의 조선 도공 백파선』은 단지 위인전이 아니에요. 기억되지 못한 한 여성의 목소리를 복원한 역사이고, 아이가 읽기에도 너무나 섬세하고 따뜻하게 풀려 있어요.

선아는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여자라서 더 힘들었겠다”는 말을 꺼냈어요. 여자로서, 도공으로서, 조선에서 온 타인으로서 겪었을 외로움과 투쟁이 그 작고 담백한 글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나 봐요.



 

💡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백파선이 건네는 위로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잔잔해지면서도 등 뒤로 뜨끈한 응원을 받는 기분이 들어요. “실패해도 괜찮아. 다시 해 보면 돼”,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보렴” 백파선이 속삭이는 듯합니다.

아이에게도, 그리고 이 책을 함께 읽은 저에게도 ‘버티는 삶도 의미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 책, 『아리타의 조선 도공 백파선』을 깊이 감사히 껴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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