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재판관 - 헌법재판관 문형배 이야기, 2025년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우수선정도서 선정
고은주 지음, 김우현 그림 / 문학세계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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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피어난 조용한 정의

『느티나무 재판관』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시끄러운 드라마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큰 사건도 없지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고, 어느새 마음속 깊은 곳이 울컥해지는 그런 책. 오랜 친구가 들려주는, 아주 소중한 사람의 추억을 듣는 기분이랄까요?

이 책은 실존 인물인 헌법재판관 문형배의 어린 시절을, 친구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따라가는 동화예요. 어린 시절 형배는 ‘책밖에 모르던 아이’였대요. 친구가 보기에도 조용하고, 말이 많지 않지만, 마음만은 아주 뜨거운 아이. 물려받은 교복에 달린 다른 사람의 이름표조차 고맙게 여기며, 책을 품에 꼭 안고 진흙길을 달려가던 아이. 그리고 그 아이는 결국, 법과 사람 사이의 균형을 따뜻하게 고민하는 헌법재판관이 됩니다.



“책은 살았데이. 젖은 데 하나도 없다.”

이 대사 하나로 형배가 어떤 아이였는지 마음 깊이 느껴졌어요. 비 오는 날, 책을 품에 안고 달려온 소년. 옷은 다 젖었지만 책만은 젖지 않았다는 말 속에는 그 책에 대한 간절함과 애정, 그리고 배움에 대한 절박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형배에게 책은 그저 공부하는 도구가 아니었어요. 외롭고 고단한 삶을 버텨내는 버팀목이자 세상을 향한 창이었죠. 친구에게 책 내용을 들려주며 기뻐하고, 기회를 소중히 여긴 아이는 자라서,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판사가 됩니다.



 

“자살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살자’로 들립니다.”

이 말은 그가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건넨 한마디예요. 너무나 무겁고 아픈 상황 속에서도,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재판관. 책에서 읽고 나서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저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세상이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평균인, 그러나 품위 있는 사람

형배는 인사청문회에서 “저는 평균인의 삶을 추구해왔습니다”라고 말했대요. 특별하거나 화려하지 않았지만, 조용히 옳은 길을 걷고자 했던 사람. 이 책은 그런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한 사람의 성장 이야기예요.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 물웅덩이를 맨발로 달리며 책을 지키던 아이, TV 대신 책을 벗 삼아 성장한 소년. 그 모든 기억이 모여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는 걸, 이 책은 참 따뜻하게 전해줘요.


 


느티나무, 기억과 성장의 상징

엄마가 읽고 좋은 책이라고 하자

선아도 열심히 읽더니, 책을 덮으면서

“엄마, 형배 아저씨는 진짜 멋있는 어른이야. 근데 나도 형배처럼 책 좋아하고 싶어졌어.” 라고 하네요.

그 한마디에 엄마 마음이 찡했답니다.

이 책이 전하는 감동은 단순한 정보나 지식이 아니에요.

누군가의 조용한 성장기가,

우리 아이 마음속에도 작은 씨앗 하나를 심어준 느낌이에요.


 

아이와 함께 읽고 나누기에 참 좋은 책이지만,

저는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추천하고 싶어요.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가치, 마음속에서 잊혀졌던 따뜻함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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