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손 미용실 1
천미진 지음, 최하린 그림 / 다림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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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보다 마음을 다듬는 곳, 각시손 미용실

아이와 함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훨씬 깊고 넓은 세상이 펼쳐질 때가 있어요. 『각시손 미용실』은 그중에서도 특히나 조금은 오싹하지만, 아주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한 골목 어귀의 오래된 미용실. 비가 오고 폭풍이 몰아쳐도 사람들은 오늘만큼은 꼭 머리를 해야 한다며 그곳을 찾습니다. 곱슬머리 때문에 속상한 아이, 할머니가 된 지금도 손주를 위해 염색을 감행하는 할머니, 딸과의 거리가 멀어 고민인 아빠, 어미를 잃은 아기 고양이까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머리에 이고 각시손 미용실의 문을 두드립니다.


 


각시손 사장, 무섭지만 따뜻한 손길

처음 각시손 사장이 등장했을 땐 선아도 조금 움찔했어요. 푸른빛이 도는 창백한 얼굴, 빨간 립스틱, 싸늘한 눈빛. 꼭 도깨비 같은 분위기죠. 하지만 그 손끝에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요. 머리카락을 자르면 손님의 기억이 보이고, 손길을 따라 마음의 고민까지 한 올 한 올 씻겨 내려갑니다.





 

“엄마, 이거 진짜 마법 같아. 나도 머리할 때 저런 느낌이면 좋겠다.”

선아는 각시손 사장이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에서 유독 눈이 반짝였어요. 머리를 감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손님의 사연이, 기억이, 슬픔이 흘러내리는 장면이 인상 깊었나 봐요.

책 속 각시손 사장은 단순히 ‘미용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상처를 어루만지고, 길을 제시하는 인도자 같았어요. 그러나 마냥 전능한 존재는 아니에요. 결국 변화는 손님 스스로가 만들어내야 하거든요.



 

내가 바뀌어야 진짜 변화가 시작돼요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 책이 “마법 같은 존재가 내 삶을 바꿔줄 거야”가 아니라 “나는 나를 바꿀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각시손 사장의 손길은 힌트를 줄 뿐, 용기를 내어 말하고 행동하는 건 결국 그들 자신이에요.

곱슬머리를 매직으로 펴면서 친구들의 놀림에 대한 감정을 스스로 되짚은 효이, 딸에게 먼저 다가가는 법을 배우는 아빠, 그리고 고양이를 안아 주며 책임을 배우는 아이까지. 선아도 이 부분에서 오랫동안 말이 없었어요. 그리고 말했죠.



“그냥 예쁘게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마음도 예뻐지는 거구나.”

아이의 이 말에서, 저는 『각시손 미용실』이 단순한 판타지 동화가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어린이도, 어른도 자립과 공감, 용기와 성장을 배울 수 있는 깊은 이야기라는 걸요.



 

오싹함과 따뜻함의 절묘한 조화

책은 중간중간 오싹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아요. 특히 동물을 괴롭히는 사람에게 무시무시한 각시손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등을 쓱 문질렀어요. 아이도 슬쩍 몸을 움츠렸지만, 결국엔 “혼내줘서 속이 다 시원해”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이야기의 전체적인 온도는 아주 따뜻해요. 무서운 존재처럼 보이지만, 정작 누구보다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감정을 어루만지는 존재, 그게 바로 각시손 사장이에요.



 

읽고 나면 이상하게 가벼워지는 이야기

책을 덮고 난 후, 저는 무심코 선아의 머리를 쓰다듬었어요. 꼭 각시손 사장처럼요.

“오늘은 너도 마음이 좀 가벼워졌니?”

선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각시손 미용실』은 머리를 다듬는 책이 아니라, ‘마음을 다듬는 책’이었어요.

우리는 누구나 삶의 어느 시점에서 각시손 미용실 같은 위로의 공간이 필요하니까요. 그게 사람일 수도 있고, 책일 수도 있고, 때로는 엄마의 손길일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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