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 아파트 1 - 지하 12층의 수상한 가족
도미야스 요코 지음, 야마무라 고지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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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 가족이 아파트에 산다고요?

“엄마, 우리 아파트에도 지하 12층이 있을까?”

선아가 『요괴 아파트』를 읽고 나서 처음 던진 질문이에요.

순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어요. 그만큼 이야기에 푹 빠졌다는 뜻이겠지요.

이 책은 아이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면서도,

우리가 사는 공간과 삶을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상상을 품은 동화였습니다.


 


책 속 배경은 ‘푸른들 아파트 동쪽 마을 3단지 B동 지하 12층’이라는

아주 구체적인 장소예요.

그곳에 정체불명의 가족이 살고 있는데,

알고 보니 모두 요괴! 이름도 참 재밌어요.

거인할배, 먹보할매, 머리커 아빠, 길쭉이 엄마, 외눈이, 삐딱이, 마음이까지,

마치 요괴 버전의 가족 시트콤 같다고 할까요?



유쾌하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

표면적으로는 아기자기하고 유쾌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아요.

원래 들판에서 살던 요괴 가족은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고

어쩔 수 없이 인간 사회로 내려오게 됩니다.

바로 우리가 흔히 듣는 이야기, 도시화와 생태계 파괴,

그리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이방인의 이야기죠.

요괴들은 ‘이웃을 잡아먹지 말 것’이라는 아주 중요한 규칙을 지키며,

인간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애씁니다.

때로는 들킬까봐 조마조마하고,

때로는 인간들의 시선을 신경 쓰며 하루하루를 버텨나가요.

그 모습이 꼭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는

우리 모습 같아 짠한 마음도 들었어요.


 


아이의 시선에서 피어나는 공감

선아는 특히 막내딸 ‘마음이’에게 감정이입을 많이 했어요.

마음을 읽을 수 있다는 마음이의 능력보다,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게 되는 게 오히려

슬플 것 같아 라는 아이의 말이 인상 깊었어요.

아이의 생각 속엔 이미 누군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의 힘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 아파트에도 요괴가 산다면?

책을 덮고 나서 선아와 이런 상상을 해봤어요.

“우리 아파트 지하에 요괴 가족이 산다면 어떤 모습일까?”

“쓰레기 분리수거를 너무 잘하는 갓파 요괴가 있지 않을까?”

“엘리베이터를 타면 늘 지나치게 큰 거인할배가 있을지도 몰라!”

그렇게 모녀가 함께 웃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어요.

현실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존재들이지만,

책을 통해 아이는 ‘다름’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워갑니다.


 


요괴 아파트, 함께 살아가는 상상의 집

『요괴 아파트』는 단순한 판타지 동화가 아니었어요.

요괴라는 환상적인 존재를 빌려,

서로 다른 존재가 공존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해줍니다.

사람과 사람, 동물과 사람, 그리고 보이지 않는 존재까지도 함께 살아가는 방식.

거기에는 규칙도 있고, 배려도 있고, 따뜻한 유머도 있지요.

책을 읽으며 저는 어느새

“우리가 사는 곳도 누군가의 삶터를 빼앗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아파트의 한 층 한 층,

그 안에 담긴 삶의 이야기들을 더 귀하게 여겨야겠다는 다짐도요.



 

선아가 웃으며 책을 읽고,

저 역시 따뜻한 시선으로 이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 책, 『요괴 아파트』.

아이와 함께 읽기에 너무나 좋은 이야기입니다.

읽는 내내 웃고, 상상하고, 생각하고…

그렇게 엄마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책이었어요.

요괴가 이웃이라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즐겁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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